아코디언 연주로 아우슈비츠서 생존, 獨여성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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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인터뷰서 “기차 도착할때마다
그들의 운명 알고 눈물 흘리며 연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 높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아코디언 연주 능력 덕분에 살아남은 유대계 독일 여성 에스더 베자라노(사진)가 10일(현지 시간) 북부 함부르크에서 사망했다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이 보도했다. 향년 97세.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베자라노는 1924년 서부 자를루이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성가대 지휘자인 부친을 둔 덕에 자라면서 피아노를 배웠지만 아코디언은 연주해 본 적이 없었다. 나치의 만행으로 부모와 형제자매를 모두 잃은 그는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당시 수용소 내 오케스트라를 만들려던 나치에 의해 아코디언 연주자로 뽑혔고 살아남기 위해 이를 배웠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유대인을 태운 기차가 수용소에 도착할 때마다 음악을 연주해야 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수용소에 처음 온 사람은 우리를 반기며 손을 흔들었지만 나는 그들이 곧바로 가스실로 보내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눈물을 흘리며 연주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가수로 활동했고 유대인 대학살의 참상을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트위터에 “고인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그의 목소리가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아코디언 연주#생존#에스더 베자라노#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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