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했던 ‘새 사랑’… 천상의 학 되어 훨훨 나시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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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을 기리며…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인이 사장이던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초겨울, 비서로부터 초청 전화를 받고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고인을 처음 만났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그는 꼬박꼬박 나를 ‘교수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속으로 ‘사장인데도 말이나 행동이 건방지지 않고 정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매주 토요일 우린 트윈타워에서 함께 ‘새 공부’를 했다. 전망이 정말 좋고 무엇보다 한강 밤섬이 잘 내려다보였다. 구 회장은 새 관찰용 독일제 쌍안경과 망원경을 설치해뒀다. 고인에게 청둥오리, 흰죽지오리, 흰뺨검둥오리, 댕기흰죽지, 뿔논병아리, 논병아리 등 새 이름을 가르쳐주면 바로 다음 주에 그 새를 모두 알아보고 이름을 기억하곤 했다. 기억력이 대단하고 머리가 좋은 분이었다.

외국에 다녀올 때면 잊지 않고 나를 위해 새와 관련된 선물을 사왔다. 한번은 ‘북한의 새’를 다룬 과학학술지인 네이처도 구해다 줬다. 트윈타워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할 때면 “부인과 아이들도 모시고 오시라”고 권하던 정 많은 사람이었다.

고인은 이 세상에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이다. 점잖고, 겸손하고, 정이 많고, 머리 좋고, 열심히 살았던 분이다. 살면서 사회를 위해 많이 봉사하신 분들이 돌아가시면 영원히 변치 않는 십장생인 선녀 학(鶴)이 되어 저세상을 훨훨 날아다닌다고 들었다.

구 회장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아울러 LG그룹의 세계적인 발전과 함께 가족의 영원한 건강과 화목, 행운을 기원한다.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
#구본무#윤무부#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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