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 스승’ 호시노 前감독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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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 불린 日야구계 거목… 췌장암 사망 뒤늦게 알려져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시절 경기를 끝낸 후 호시노 센이치 감독(왼쪽)의 환영을 받고 있는 선동열. 동아일보DB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시절 경기를 끝낸 후 호시노 센이치 감독(왼쪽)의 환영을 받고 있는 선동열. 동아일보DB
“바카야로(바보 녀석), 그 따위로 야구할 거면 한국으로 돌아가라.”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55)은 일본 프로야구 진출 첫해인 1996년 호시노 센이치 당시 주니치 감독(현 라쿠텐 부회장)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생소한 일본 야구에 적응하지 못한 데다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잃은 모습까지 보이자 호시노 감독은 선 감독을 호되게 나무랐다. 선 감독은 “온갖 욕을 다 먹고 곧바로 2군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2군은 세탁도 안 해 주더라. 혼자 속옷을 빨며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고 회상했다.

호시노 감독은 절치부심한 선 감독에게 이듬해 다시 기회를 줬다. 선 감독은 이후 주니치의 수호신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1999년에는 이종범, 이상훈 등 후배들과 함께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런 선 감독에게 호시노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선 감독의 은사이자 일본 야구의 거목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호시노 부회장이 4일 췌장암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70세.

호시노 부회장은 불같은 성격과 가차 없는 태도 등으로 ‘열혈남아’, ‘불타는 남자’ 등으로 불렸다. 주니치 감독 시절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른 선수를 향해 그라운드에서 주먹을 휘두르곤 했다. 빈볼을 던진 상대 배터리를 때린 적도 있다. 호시노 감독의 ‘철권제재(鐵拳制裁)’는 ‘폭행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상징하기도 했다.

메이지대 에이스였던 그는 일본 최고 명문 팀 요미우리 자이언츠(거인·巨人)로부터 1차 지명을 받지 못하고 주니치에 입단한 뒤 ‘안티 교징(巨人)’의 선봉장이 됐다. 선수로서 통산 146승(121패 34세이브)을 거두면서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도 받았다. 지도자로서는 주니치와 한신, 라쿠텐 등 3개 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리그 우승을 4차례 차지했고, 2013년 라쿠텐에서는 생애 첫 일본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 대표팀을 맡아 4위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열혈남아 일본 야구감독#호시노 감독 별세#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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