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이면 지문채취… 용액 개발한 경찰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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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청 과학수사계 김성민 경위
외국산 용액 휴대 불편해 도전… 혼자 실험하다 벤처기업과 공동 작업
채취 빠르고 가격도 10분의 1 수준

부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성민 경위(왼쪽)와 이지튠 배경락 대표가 자신들이 공동 개발한 지문 채취용액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부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성민 경위(왼쪽)와 이지튠 배경락 대표가 자신들이 공동 개발한 지문 채취용액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현직 경찰이 현재 사건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외국산 지문 채취 용액의 단점을 대폭 보완하고 가격도 크게 낮춘 제품의 개발에 성공했다. 부산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김성민 경위(44)는 9일 “건조된 시신이나 굴곡진 면에 묻은 지문을 채취할 때 미국, 일본에서 들여오는 ‘실리콘러버’라는 제품을 사용한다”며 “용액의 양을 조절하기가 어렵고 휴대하기도 불편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과학수사 업무를 담당한 김 경위는 제품 개발 초기 관련 약품을 구입하고 여러 약품을 섞어봤다. 분말을 뿌리는 형태로 만들면 제품 휴대가 편할 것 같아 스프레이도 구입했다. 여기에만 40만 원 이상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김 경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스프레이 전문 제조기업을 찾아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여러 기업에 제안했으나 선뜻 답변을 주지 않았고 경남 창원시 소재 벤처기업인 ㈜이지튠만이 지문 채취 용액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7개월간 함께 실험을 진행했고 결국 ‘지문 래핑 용액’을 개발했다.

외국산 지문 채취 용액은 원료가 실리콘인 반면 김 경위 등이 개발한 용액은 친환경 합성고무에다 잘 굳는 화학물질을 섞었다. 그 덕분에 바르는 순간 용액은 마르기 시작했고 지문의 선명도를 유지하면서도 응고 시간을 3∼5분으로 줄였다. 외국산은 응고에만 5∼10분 걸린다. 제품 가격도 대폭 낮췄다. 3000원짜리 한 병으로 10번 정도 지문 채취가 가능하다. 외국제품과 비교할 때 제품 제작 비용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김 경위는 “다음 달까지 시범적으로 사용해 보면서 추가로 발견되는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며 “특허 등록, 상품화 등에 필요한 것은 경찰 규정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국제 CSI 콘퍼런스’에 참석해 개발품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청 과학수사계 김성민 경위#지문 채취용액 개발#국제 csi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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