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소속 이혜정 씨(29·여)는 올해 4월 유기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동료 4명과 함께 혈액검사기팀의 문을 두드렸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키운 경험이 있는 이 씨와 동료들은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혈액검사비 부담 때문에 보호소에 있는 유기동물들이 제대로 된 건강 체크를 못 받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씨 등은 회사가 올 초 출시한 동물용 혈액검사기(PT10V)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유기동물들에게 건강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삼성전자에는 마침 봉사활동에 뜻이 있는 임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차량과 식대, 물품 구매 비용 등을 지원해 주는 ‘볼런테인먼트 재능 나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씨 등은 봉사 동호회 이름을 ‘함께하멍 행복할고냥’의 뒷글자를 따서 ‘멍냥즈’로 지었다. 버려진 동물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혈액검사기팀은 대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검사기 4대를 흔쾌히 지원했다. 동물 한 마리당 한 개씩 소모되는 혈액검사용 카트리지도 무상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PT10V는 동물 간과 신장, 대사질환 등 13개 항목을 동시에 검사하고 10분 안에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멍냥즈는 회사의 지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기견·묘 건강 지킴이로 나섰다. 두 달 새 경기 고양, 포천, 파주의 유기동물 보호소 3곳을 방문해 혈액검사로 간과 신장, 혈당, 혈중 단백질 수치를 체크해 수의사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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