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의 거장’ 추르킨 駐유엔 러 대사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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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12년 최장수… 美-러 가교 역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최장수 멤버’인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사진)가 자신의 생일을 하루 앞둔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러시아대표부 사무실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별세했다. 향년 65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06년 5월 부임한 추르킨 대사는 12년째 근무한 ‘안보리의 최장 재임 대사’다. 대부분의 유엔대사는 보통 3, 4년 주기로 교체된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차관, 주벨기에 대사 등을 역임한 그는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몽골어 등 4개 언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영어-러시아어 통역 업무도 담당한 적이 있어 유엔 통역관들이 자신의 발언을 신속하게 옮기지 못하면 짜증을 내기도 했다.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얼굴’이었던 그는 화려한 언변과 능수능란한 외교술로 자국 이익을 강력하게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관련해 미국 영국 프랑스와 충돌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국대사였던 서맨사 파워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한 러시아를 겨냥해 “진정 부끄러운 줄 모르느냐”고 공개 비난하자 추르킨 대사는 “마치 테레사 수녀인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반격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반면 최근 니키 헤일리 현 미국대사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비난하자 그는 “정치인으로서 헤일리 대사를 높게 평가한다. 나는 내 동료(대사)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는다”고 받아넘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깊은 조의를 표했고 러시아 외교부는 “탁월한 외교관이 순직했다”며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총장 재직 10년 동안 그와 함께 일하며 열정과 헌신으로 러시아 정부를 대표했던 그를 지켜본 것은 영광이었다”며 “고인은 뛰어난 외교관이었고 지적으로도 탁월했다”고 애도했다. 파워 전 대사는 “외교의 거장이고 배려가 깊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가교 역할에 모든 것을 했다”고 평가했고 헤일리 대사도 “우린 사안을 보는 방식이 서로 달랐지만 그는 뛰어난 외교적 솜씨로 자국의 이익을 옹호했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추르킨#유엔 안전보장이사회#러시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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