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부영웅 ‘타이거 마스크’는 40대 회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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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운동 주인공 6년만에 정체 밝혀

아동시설에 기부하는 ‘타이거 마스크 운동’을 시작한 가와무라 마사타케 씨(왼쪽)가 링 위에서 실제로 타이거 마스크를 써 유명해진 프로레슬러 사야마 사토루(佐山聰)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아동시설에 기부하는 ‘타이거 마스크 운동’을 시작한 가와무라 마사타케 씨(왼쪽)가 링 위에서 실제로 타이거 마스크를 써 유명해진 프로레슬러 사야마 사토루(佐山聰)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아이들은 학대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기기 위해,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을 미소 짓게 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7일 일본 도쿄(東京) 분쿄(文京) 구 고라쿠엔 홀. 프로레슬링 링 안에 짙은 색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나 마이크를 잡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6년 전 크리스마스 날 아동상담소에 초등학생용 가방인 란도셀 10개(수백만 원 상당)를 기증하면서 전국에 ‘타이거 마스크 운동’을 일으킨 가와무라 마사타케(河村正剛·43) 씨였다. 1960, 7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만화 ‘타이거 마스크’는 보육원 출신의 주인공 다테 나오토가 복면을 쓴 레슬러로 활약하면서 아이들을 돕는 내용이다. 가와무라 씨가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만화 주인공 이름으로 가방을 기부하면서 만화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후 만화 주인공의 이름으로 보육원 등에 가방, 필기구, 돈 등을 전하는 일명 ‘타이거 마스크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가와무라 씨의 기부 후 한 달 동안 ‘남몰래 기부’ 건수가 1000건이 넘었다. 평범한 회사원인 가와무라 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후 ‘버려진 아이’로 불리며 친척 집을 전전했다. 11세 때 “너 때문에 우리 가정이 엉망”이라는 말을 듣고 “태어나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어른이 되면 아이들의 힘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사회에 나와 일하면서 일찌감치 아동보호시설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아빠 엄마가 없으니 나한테는 산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어린 시절 산타에게 “란도셀을 갖고 싶다”는 편지를 썼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보내기 위해 만화 주인공 이름으로 가방을 기부했다.

 그는 이후에도 익명으로 기부를 계속하면서 틈나는 대로 봉사 활동을 했다. 가와무라 씨는 “내가 영웅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름을 공개했다”며 “가족을 중요하게 여겨 달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타이거 마스크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타이거 마스크#일본 기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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