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몽 佛국제전략硏 디렉터 전망
“동아시아 정책 사실상 백지… 中과 관계는 개선 가능성 높아”
“실용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북한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르텔레미 쿠르몽 프랑스 릴 가톨릭대 교수 겸 싱크탱크 국제전략관계연구소(IRIS) 시니어 디렉터(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이같이 전망했다. 핵을 레버리지로 미국을 협박해 온 북한의 전략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교수를 지낸 동아시아 전문가인 쿠르몽 교수는 트럼프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 “(한미 간) 전략적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분담금 증액이 안 되더라도) 당장 미군 철수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는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어 임기 내내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의 동아시아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온 미국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정부 때 미중 관계가 더 좋았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양국 관계 개선을 바라는 이들에게는 호재라고 진단했다.
쿠르몽 교수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지역으로 유럽을 꼽았다. 특히 미국과 유럽 간 경제와 안보 동맹의 축인 자유무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 유럽인들이 수십 년간 신뢰해온 미국의 외교 정책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게 큰 위기”라며 “나토가 해체되지는 않겠지만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1999년 코소보 전쟁 이후 유럽이 나토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 트럼프는 이를 실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은 커지는데 나토 동맹은 약화되고 나토의 최대 기여국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까지 겹쳐 유럽 안보에 큰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유럽의 최대 관심사인 미국과 러시아의 향후 관계 개선에 대해선 “빌 클린턴,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훨씬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러시아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기보다 경쟁자이고 워싱턴 정가와 펜타곤(미 국방부)에서도 견제가 들어와 양국 관계를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르몽 교수는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현실화할 경우 유럽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1913년 우드로 윌슨,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국제정세 불개입을 약속하며 당선됐지만 현실에 맞춰 달라진 것을 보면 고립주의자 후보가 고립주의자 대통령으로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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