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고로펌 박차고… 代이어 재일동포 인권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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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혐한시위 규제법 통과 주역… 교포 3세 김창호 변호사

재일교포 3세인 김창호 재일코리아변호사협회 상임이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재단의 ‘2016 세계 한인 차세대대회’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재일교포 3세인 김창호 재일코리아변호사협회 상임이사가 18일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재단의 ‘2016 세계 한인 차세대대회’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었다. 그러나 재일교포 처우 문제를 말할 때는 일본 특유의 세밀함이 묻어 나왔다. 좋아하는 음식도 삼겹살과 스시. 최근 한국을 찾은 재일교포 3세 변호사인 김창호 씨(32)의 모습에는 이처럼 두 나라의 특징이 녹아 있었다.

 재일코리아변호사협회 상임이사인 김 씨는 재일교포 사회에서 성공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일본 최고 로펌으로 꼽히는 모리 하마다&마쓰모토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변호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고 재일교포 신분이 여전히 유리장벽인 일반 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전문직인 법조인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재일교포 최초로 1976년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경득 변호사(2005년 작고)다. 김 변호사는 전후 보상과 일본 내 외국인 지문날인 철폐 소송 등 재일교포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김 씨는 로펌에 들어가 기업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일본 법조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2012년 갑자기 공익변호사로 진로를 변경했다. 당시 일본 사회에선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등 우익단체의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가 심각하던 때였다.

 김 씨는 “재특회처럼 전면에 나서 활동하는 우익단체를 목격한 뒤 위기감이 커졌다”며 “마침 일을 쉬고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로 변경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씨는 법조인이라는 전문성을 살려 일본 국회와 정부에 차별 금지 법률안을 제출하는 등 재일교포의 권익 향상을 위한 청원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 일본 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김 씨는 국제사회에 재일교포 문제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은 국제사회와 서구 여론에 극도로 민감한 것이 특징이라 유엔 등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지난해 9월 세계 마이너리티 펠로십 등 소수자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국제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때마다 국제 인권 전문가들에게 재일교포의 특수한 차별 현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의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올 4월. 일본을 방문한 데이비드 케이 유엔 특별보고관이 일본 정부에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결국 5월 일본 중의원은 ‘혐한시위 규제법’으로 불리는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 해소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 씨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에는 처벌 규정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재일교포뿐 아니라 일본 내 소수자에 대한 인종 차별을 막기 위한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노력도 당부했다. 그는 “일본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한국도 외국인에게 허용하지 않는 투표권, 고위 관료 임용 등을 왜 우리에게 요구하느냐’고 힐난할 땐 사실 아쉬움이 크다”며 “한국 정부가 먼저 외국인과 다문화 문제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재일교포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교포 3세 김창호 변호사#혐한시위 규제법#재일코리아변호사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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