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양치질 하듯 하루 세번 가꾸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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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전도사’ 조벽-최성애 부부가 전하는 노하우

‘행복 전도사’인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왼쪽)와 최성애 HD행복연구소장. 부부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형편이 어려운 가정 등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하는 재단을 세울 계획이다. 조벽 교수 제공
‘행복 전도사’인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왼쪽)와 최성애 HD행복연구소장. 부부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형편이 어려운 가정 등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하는 재단을 세울 계획이다. 조벽 교수 제공
‘행복 전도사’로 통하는 부부가 있다. 주인공은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60)와 최성애 HD행복연구소장(60). 이들은 2006년 연구소를 함께 설립해 행복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조 교수는 미국 미시간공대 교수 출신으로 국내에 우수 교육법을 전파하면서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최 소장은 미국 시카고대 인간발달학 박사 출신이며 가족 심리치료사로 유명하다.

이들은 연구소 설립 10년이 되는 올해 지인들에게 의미 있는 선언을 했다. 재산을 상당 부분 환원해 우리 사회에 행복의 씨앗을 뿌리는 심리치료 재단을 만들겠다는 것. 나쁜 환경에서 자라난 부모가 자녀도 똑같은 방식으로 양육하는, ‘부정적인 돌봄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 부부를 최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택에서 만났다.

이들이 돌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꼭 사고를 당해야 트라우마를 겪는 건 아니에요. 억압적이고 미성숙하며 무책임한 어른이 있는 환경에서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뿐 아니라 답답함과 절망감, 무기력감에 빠지죠. 양육 과정에서 안정적인 돌봄이 이뤄지지 않으면 ‘발달 트라우마’가 생겨요.”

부부는 맞벌이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자주 바뀌거나 형편이 어려워 방치되다시피 해서 애착 손상(attachment injury)을 입는 아이가 많아질 수 있다는 데에 주목했다. 특히 마음의 빈곤함을 치유하기 위해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흔히들 아이 실력이 안 좋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인성이야말로 실력”이라며 “인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으로 익히는 것이고,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되는 습관”이라고 말했다.

“욱하는 사람은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고 상대에게 화를 버럭 내죠. 일부는 욕설 폭행 등으로 후회할 행동을 저지르죠. 인간은 같은 자극이라도 반응 자체를 선택할 수 있기에 예측 가능한 행동만 하는 동물과 다르죠. 인성교육은 무조건 참으라는 게 아니라 행동엔 선택의 여지가 있고, 화나는 것(감정)과 화내는 것(행동)에 차이가 있다는 걸 가르치는 것이죠.”

부부는 지금까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감정 응급 처치법’ 등 행복 씨앗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연구소를 거친 1200여 명의 수강생이 가세하고 있다. 그러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전 재산의 99%인 52조 원을 환원해 재단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걸 접하고 재단 설립에 대한 마음을 굳혔다. 재단은 내년에 설립하는 게 목표다. 기존의 행복 씨앗 심기 프로젝트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저희가 열심히 일하고 아껴 저축한 재산이지만 재단 설립금이 세간의 관심을 끌 만한 규모가 아니라는 점은 잘 알아요. 그래도 세계 최고의 기부자가 누리는 멋을 조금이라도 맛보고 싶어요. 말로만 행복하자고 주창하는 게 아니라 교육자 출신인 저희 부부가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게 스스로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기도 해요.”

행복 전도사들의 행복론을 물었더니 다시 가족 이야기로 돌아갔다. 부부는 “성공을 위해 행복을 미룬다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성공한 뒤 행복을 찾겠다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행복은 양치질하듯이 습관처럼 평소에 자주하는 게 핵심이에요. 한 달 내내 이를 안 닦고 미루고 있다가 양치질을 10시간 한들 소용없잖아요. 가족에게 특별한 날에만 잘해 주려 하지 말라는 것이죠. 특히 가족일수록 함부로 대하기 쉬워요. 양치질을 오래 안 하면 음식의 찌꺼기로 이가 썩듯이 가족 관계에서는 감정의 찌꺼기가 가장 부패하기 쉬운 조건이죠. 명심하세요. 하루에 세 번씩 가족에게 관심을 표현하면 됩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행복전도사#조벽#최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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