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천사할매’ 스퇴거 수녀 특별귀화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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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 피사레크 수녀와 함께

전남 고흥군과 소록도 성당이 ‘소록도 할매’로 불리는 마리아네 스퇴거 수녀(82·사진)와 마르그레트 피사레크 수녀(81)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특별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정부는 특별한 공로가 있는 외국인에게 특별귀화를 허용한다.

두 수녀는 오스트리아 간호대를 졸업한 뒤 1962년 소록도에 들어와 43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보살폈다. 한센병에 대한 편견으로 의료인들마저 접촉을 꺼리던 1960년대 맨손으로 한센인들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함께 식사를 했다.

두 수녀는 2005년 ‘건강이 악화돼 환자들을 돌볼 수 없어 부담만 주는 것이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남겨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스퇴거 수녀는 오스트리아에서 암 수술을 받았고 피사레크 수녀는 요양원에 입원 중이다. 두 수녀는 소록도에서 간호사로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한국 정부에서 주는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오직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 후원금으로 검소하게 생활했다. 두 수녀는 43년간 자원봉사 이후 남은 것이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주는 기초연금뿐이어서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스퇴거 수녀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지난달 다시 소록도를 찾았다. 그는 “오스트리아에서 앓던 천식이 소록도에 오니 치유됐다”며 “(피사레크 수녀와 저는 소록도에서) 죽고 싶다”고 밝혔다. 스퇴거 수녀는 특별귀화에 대해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라며 묵묵부답하고 있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소록도#천사할매#스퇴거 수녀#특별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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