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품어준 한국에 봉사로 보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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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署 난민치안봉사대… 예멘-우간다 출신 등 6명
유흥가 순찰-밤길 청소년 귀가 도와

우간다에서 온 난민 수나 씨(오른쪽)와 중국 출신 난민 신청자(가운데)가 25일 서울 상도동 주택가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 동작경찰서 제공
우간다에서 온 난민 수나 씨(오른쪽)와 중국 출신 난민 신청자(가운데)가 25일 서울 상도동 주택가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 동작경찰서 제공
해가 저물기 시작한 25일 오후 7시경 서울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인근 주택가. 피부색이 다른 6명의 외국인이 야광조끼 차림에 경광등을 들고 동네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고국의 박해를 피해 에티오피아와 중국, 예멘, 우간다, 이집트 등지에서 한국으로 온 난민들이다.

국내 최초로 난민들이 서울 동작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오색공감 치안봉사대’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치안봉사대원 대부분은 난민 지원 비정부기구(NGO) ‘피난처’가 위치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거주하고 있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년간 한국에 거주한 난민들이 한국 국민들이 보여준 배려에 보답하고자 치안 활동에 나선 것이다. 한 달에 2회씩 경찰과 함께 지역 순찰을 계속해서 돌 예정이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온 수나 씨(38)는 “한국 시민들이 따뜻하게 대해줬는데 말도 잘 통하지 않아 보답할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우간다에서 경찰은 약자를 괴롭히는 존재로 여겨져 난민들이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치안 봉사 활동을 통해 경찰과 친해질 수 있고 경찰과 함께 시민들을 도우면서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배기역 인근은 술집이 많아 야간에 취객들의 폭행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또 근처에 재건축 현장이 있어 범죄 가능성도 높다. 이날 치안봉사대는 야간 청소년 귀갓길 도우미와 범죄 예방 신고 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주변 상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가게에서 나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난민들이 “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을 한다”는 서툰 한국어로 설명하자 주민들은 좋은 일 한다며 손을 맞잡고 흔들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최한슬 양(18)은 “학교를 마치고 좁고 어두운 골목길을 지날 때면 무서워서 빨리 걷기만 할 때가 많았다”며 “난민들과 경찰이 조끼를 입고 순찰을 해서 귀갓길이 무섭지 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난민들은 한국 사회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아쉬움도 전했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8년 전 에티오피아를 떠나 한국에 온 요나스 씨(41)는 “한국 사람들은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들을 대할 때는 태도가 달라져 서운한 감정이 들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허동준 기자
#난민치안봉사대#동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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