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AI시대, 감성 깨우는 예술 더 중요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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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단원들 기량 향상에 보람 느껴… 나를 뛰어넘는 무용수 나오길”

발레에서도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의 이야기가 나왔다.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올해 취임 3년째인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49)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발레 이야기가 오가던 중 그는 최근 화제가 됐던 이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언급했다.

“이 9단의 대국과 인터뷰를 관심 있게 봤어요. 사회 곳곳에 인공지능화가 많이 진행됐는데 오히려 그게 ‘예술이 우리 삶에 중요하다’는 걸 깨우쳐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레 같은 예술을 통해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하는 거죠.”

그는 19세 때인 19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사상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한 이후 줄곧 독일 등 해외에서 살았다. 2014년 취임 뒤 고국에서의 삶은 한동안 낯설고 힘들었다.

“사는 나라가 바뀌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시간이 없어 집 앞 편의점에서 3개월간 남편과 함께 샌드위치만 먹고 살았어요. 남편의 건강이 나빠져 정신 차리고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기 시작했죠. 지금은 너무 좋아요.”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그는 2년간 국립발레단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단원들의 수준을 한층 높여 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래식 발레뿐만 아니라 모던발레 등 레퍼토리도 넓혔다. 지난해 단원들이 안무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호평을 받은 솔리스트 강효형의 ‘요동치다’는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의 초청을 받았다.

“단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굉장한 보람을 느껴요. 제가 무대에 설 때의 행복감보다 커요. 다음 세대의 발레리나, 발레리노를 키우고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저를 뛰어넘는 무용수가 나와 한국 발레를 이끌어 가길 바라요.”

올해 국립발레단은 30일 ‘라 바야데르’ 공연을 시작으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세레나데’ 등 2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은 딱 한 번 남았다. 7월 22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을 끝으로 토슈즈를 벗는다.

“발레리나로 아직 한 번의 책임이 있어 몸 관리 등을 계속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감독으로서는 남은 1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강수진#국립발레단#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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