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앙코르는 디저트… 너무 달면 안되니까 2, 3곡만 연주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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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내서 갈라콘서트 여는 조성진, 재치 만점 간담회

“콩쿠르를 준비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기자)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조성진)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갈라 콘서트를 앞두고 1일 간담회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조성진(22·사진)의 재치와 말솜씨는 유머집을 만들어도 될 정도였다. 이 공연은 그가 지난해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후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연주회다.

취재진 100여 명이 몰린 가운데 그는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유머로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는 피아노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에 대해 “처음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함께 배웠는데 피아노는 일어서서 연주할 필요가 없어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주회 뒤 앙코르에 대한 소신도 흥미롭다. 그는 “앙코르는 음식에서 ‘디저트’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연주회에서 앙코르를 5곡 이상 한 적이 없다”며 “보통 2, 3곡만 연주하는데 그 이유는 관객에게 단것을 너무 많이 먹이는 것 같아 그렇다”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콩쿠르 우승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프랑스의 세계적 매니지먼트사인 솔레아와 계약했고, 유명 음반사인 도이체그라모폰과 5년간 전속 리코딩 계약을 맺었다. 특히 세계적 연주자, 지휘자와의 협연 기회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콩쿠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콩쿠르에 나갈 때마다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나의 꿈인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콩쿠르 참가가 필요했다. 우승 이후 내 생각 이상으로 관심을 받아 신기하고 놀랍다.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도이체그라모폰과 음반 5장을 녹음할 계획인 그는 4월 지휘자 정명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쇼팽 협주곡 1번과 4개의 발라드를 첫 번째로 녹음한다. 그는 “정명훈 선생님과 2009년 5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 이후 20번 넘게 함께 작업했다. 배운 것도 많고 음악가로서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고 했다. 조성진은 당초 7월 15일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에서 협연자로 정명훈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었지만 정명훈이 최근 서울시향 예술감독에서 물러나 무산됐다.

쇼팽 콩쿠르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연주자로서의 경력을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제까지 살지, 어디가 정점일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난 이제 막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곡을 대하는 자세도 바뀌었다. 어렸을 때는 많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 좋아 보였는데 이제는 한 곡을 하더라도 깊고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에게 훌륭한 피아니스트란 무엇일까. “음악을 할 때는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곡가들은 엄청나게 고뇌한 뒤 걸작을 내놓잖아요. 이런 걸작을 대할 때는 진지해야 해요. 그런 자세를 가진 음악가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 같아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조성진#갈라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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