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의 여왕’ 바닷속으로 영원히 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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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호흡으로 101m 들어간 첫 여성 몰차노바씨 다이빙 도중 실종

무호흡 잠수인 프리다이빙 분야에서 세계 신기록을 41번이나 경신한 세계 최고 프리다이버 나탈리야 몰차노바 씨(53·러시아·사진)가 2일 스페인 동부 이비사 섬 인근에서 다이빙 도중 실종됐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이날 몰차노바 씨는 역시 세계적인 다이버인 아들 알렉세이 씨(28)와 함께 다이빙을 했는데 다시 떠오르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CNN 등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년 동안 프리다이빙을 즐긴 그는 모노 핀(하나로 붙어 있는 물갈퀴)을 차고 101m까지 잠수한 최초의 여성이며, 핀을 이용하지 않는 경기에서도 91m를 내려가는 등 프리다이빙 세계 챔피언 대회에서 23번이나 우승했다. 호흡을 참는 데서 탁월한 실력을 보였던 그는 9분 2초나 물속에 있다가 나오는가 하면 단 한 번의 호흡으로 237m 거리를 수중에서 모노 핀을 차고 헤엄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사고 이후 이틀 동안 해안경비대와 항공기는 물론이고 수중로봇까지 동원해 수심 500m 바닥까지 수색했지만 끝내 그를 찾지는 못했다.

몰차노바 씨는 평소 “죽고 사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프리다이빙은 어른들을 위한 게임일 뿐”이라며 삶에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는 “프리다이빙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주는 길”이라며 “바닷속으로 내려가면 세상과 내가 완전히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프리다이빙#나탈리야 몰차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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