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 “16좌 등반, 에베레스트에 16개 학교 짓는게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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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대장, 만드레에 13번째 학교

5일 네팔 고르카 주 만드레 마을에서 열린 엄홍길휴먼재단의 제13차 학교 기공식에서 이 학교 학생이 엄홍길 대장에게 꽃다발을 걸어주고 있다. 고르카=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5일 네팔 고르카 주 만드레 마을에서 열린 엄홍길휴먼재단의 제13차 학교 기공식에서 이 학교 학생이 엄홍길 대장에게 꽃다발을 걸어주고 있다. 고르카=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히말라야를 품은 나라 네팔에는 산만 많은 것이 아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길거리는 하릴없이 오가는 젊은이로 가득했다. 카트만두를 떠나 차로 비포장도로를 8시간 달려 도착한 고르카 주(州) 만드레 마을의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이 마을에서 엄홍길휴먼재단의 네팔 13차 학교 기공식이 5일 열렸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네팔의 2014년 실업률은 2.72%에 그치지만 네팔인의 체감 실업률은 다르다. “실업률이 80%를 훌쩍 넘는다”고 입을 모은다. 네팔 젊은이의 가장 큰 소망처럼 해외로 나가 취업하는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학교 이상의 교육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험한 고산지대인 네팔의 산골오지 아이들에게 고등 교육은 먼 나라 얘기다.

엄홍길 대장도 이 부분이 가장 마음 아팠다. 2004년 15좌인 얄룽캉 산(해발 8505m) 등반을 앞두고 기도할 때 ‘나눔과 봉사’를 떠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엄 대장은 “16좌 등반이라는 목표를 허락해준다면 남은 일생은 이웃을 돕겠다”고 기도했다. 엄 대장은 16좌 등반을 달성한 후 2009년 에베레스트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팡보체 마을에 첫 번째 학교를 세웠다.

13번째 학교 기공식이 열린 만드레 마을은 마나슬루 산(해발 8163m)이 보이는 해발 1410m에 자리 잡은 곳이다. 300여 가구 규모인 이 마을에는 37년 전 세워진 초등학교밖에 없다. 재단은 현대오일뱅크에서 지원받은 2억5000만 원으로 낡은 초등학교 건물 부지 인근에 최신식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동안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2시간 거리의 다른 마을까지 히말라야 좁은 산길을 걸어 중학교에 다녔다. 계단식 논밭에서 나오는 농산물이 수입원의 전부인 마을 사람들에겐 중학교 학비도 큰 부담이었다.

만드레 마을 주민이 휴먼재단의 학교를 반기는 배경이다. ‘툴루만체(큰사람)’가 되라고 아이에게 말하면서도 지금 처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마을 사람 누구나 알고 있었다. 재단은 까다롭게 수혜 마을을 선정한다. 현지 지부에서 학교 선정 사업을 신청한 마을에 수차례 현지답사를 나가고, 비교 심사를 통해 수혜 마을을 확정한다. 만드레 마을은 다른 마을과 달리 제출 날짜 이전에 재단 측에 수차례 연락해 선택되기 위한 정보를 모으고, 서류도 미리 제출했다. 마을 이장인 푸르나 구룽 씨(55)는 “우리는 아는 게 없어 학교에 갔다 온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묻지도 못했다”며 “배우지 못해 가난한 부모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비참했다”고 말했다.

2년여의 공사기간이 끝나 학교가 완공되면 200여 명이 고등 교육의 수혜를 받는다. 재단 측은 마을에 교사도 파견할 예정이다. 엄 대장은 “2017년까지 학교 16곳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산이 내게 허락한 만큼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르카=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네팔#만드레#엄홍길#휴먼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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