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클래식 거장 로린 마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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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평화의 선율 뿌리고…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인 지휘자 로린 마젤이 타계했다. 향년 84세.

고인이 2009년 만든 음악축제인 ‘캐슬턴 페스티벌’은 14일 마젤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마젤이 미국 버지니아 주 캐슬턴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폐렴에 따른 합병증으로 13일(현지 시간) 사망했다고 밝혔다. 마젤은 올해 행사를 위해 최근까지 리허설을 하는 등 행사 준비를 해왔다.

1930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난 마젤은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성악을 전공한 아버지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할아버지를 둔 그는 집안의 음악적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신동이었다. 5세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8세 때 아이다호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지휘했다. 서른 살이 된 1960년에는 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지휘자로 무대에 섰다.

뉴욕필하모닉, 뮌헨필하모닉,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이끈 그는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말러 등의 작품을 포함해 300개가 넘는 음반을 녹음했다. 한국도 수차례 방문해 공연을 열었다. 마젤은 늘 악보를 통째로 외운 채 지휘대에 섰다. 그는 “연극배우가 대본을 손에 들고 연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만들었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재해석한 ‘대사 없는 반지’를 작곡했다.

마젤은 재능 있는 음악인을 발굴해 교육하는 데도 많은 열정을 쏟았다. 청소년 음악 교육을 위해 ‘샤토빌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나이 든 음악가로서 ‘횃불을 들고’ 음악 예술을 이끌어 나갈 젊은 예술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지휘자로서 장한나의 재능을 확인한 그는 캐슬턴 페스티벌을 비롯해 여러 공연에 장한나를 초청해 지도했다. 장한나는 한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자유자재로 쓰시는 마젤 선생님은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젊고 열정적이셨다”고 말했다.

마젤은 2008년 평양에서 뉴욕필하모닉 공연을 열어 또다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앨런 길버트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은 “마젤은 수십 년 동안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이었고 미국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고 애도했다. 뉴욕필하모닉 측은 14일(현지 시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고인에게 헌정하는 무료 콘서트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뉴욕=부형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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