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키워준 꿈, 시골학생에 나눠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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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받은 대학생들, 전국 120개 캠프 멘토 참여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지식멘토링 사업을 통해 전북 고창북고를 찾아가 멘토링 자원봉사 활동을 벌인 대통령과학장학생 7명과 고교생들이 10일 기념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제공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지식멘토링 사업을 통해 전북 고창북고를 찾아가 멘토링 자원봉사 활동을 벌인 대통령과학장학생 7명과 고교생들이 10일 기념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제공
“공부를 하면 농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도시에서 온 형들이 가르쳐줬어요. 그래서 대학에 가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전북 고창군 고창북고등학교 1학년 진정훈 군에게 이번 겨울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농촌에서 자란 진 군의 꿈은 농부였기에 굳이 대학에 갈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겨울방학을 맞아 학교로 찾아온 대학생 형과 누나들을 통해 생명공학과에 진학하면 농업 관련 연구를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통령과학장학금을 받는 이공계 우수 대학생 7명은 지난주 고창북고의 학생 21명을 만났다.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한 ‘한국 대학생 지식멘토링 캠프’가 계기였다. 이 캠프는 국가장학금을 받은 대학생들이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초중고교생에게 지혜를 나눠주는 프로그램으로, 올겨울 전국 120곳에서 열리고 있다.

고창북고를 찾은 멘토들은 KAIST, 포스텍, GIST(광주과학기술원), 부산대에 다니는 대통령과학장학생들. 4년간 전액 등록금을 받는 이들의 유일한 의무는 학업에만 충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진해서 시골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이들은 닷새간 아이들과 눈을 마주하며 공부법 강의, 진로 탐구, 자기소개서 첨삭, 주제 토론, 문제해결력 수업 등을 진행했다. 시골 학생들에겐 처음 접해보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고창북고 2학년 황수진 양은 “정의라는 주제로 토론을 한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런 수업을 한 번도 못해봐서 더 재미있었다”며 좋아했다.

아이들은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것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2학년 이원창 군은 “막연히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만 생각했었다. 형들이 경영학과에 가면 경영자가 되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고, 학생회장 경력을 활용하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지도해줘서 목표가 생겼다”며 웃었다.

캠프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대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것을 돌려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포스텍 물리학과 1학년 이영익 씨는 “나도 어릴 때 형편이 어려웠지만 열심히 하니까 중학교 때부터 장학금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나 같은 아이들에게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는 용기와 동기를 주고 싶었다”면서 “국가에서 받은 지원을 다시 국가로 돌려주기 위해 공부도, 멘토링 자원봉사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현 인턴기자 한양대 영어교육과 4학년  
유원모 인턴기자 한양대 교육학과 4학년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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