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온라인쇼핑몰 대박… 70인생 7전8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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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광고 ‘전통시장’편 실제 주인공 신범순 할머니의 인생 특강

TV에 방영 중인 KT 기업광고 전통시장 편의 실제 모델인 신범순 할머니가 22일 KT 구리지사에서 자신의 인생과 온라인쇼핑몰 도전을 소재로 강연하고 있다. KT 제공
TV에 방영 중인 KT 기업광고 전통시장 편의 실제 모델인 신범순 할머니가 22일 KT 구리지사에서 자신의 인생과 온라인쇼핑몰 도전을 소재로 강연하고 있다. KT 제공
“저는 로또가 아닌 ‘인간 승리’라는 복권에 당첨된 서울 풍물시장 신, 범, 순입니다.”

22일 KT 경기 구리지사에서 열린 영업사원 특강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이 연사로 등장했다. 최근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KT의 기업광고 ‘전통시장’ 편의 실제 주인공인 신범순 할머니(70)였다.

TV 광고는 컴퓨터를 이제 막 접한 풍물시장 할머니가 자신이 운영하는 옷가게의 온라인 점포를 개설해 매출을 두 배로 늘리고 장사하는 재미까지 찾았다는 내용이다. 실제 CF에는 대역이 출연했지만 신 할머니는 유명인사가 됐다.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강단에 오른 그는 ‘전통시장 온라인 판매, 또 다른 희망을 쏘다’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자신의 삶을 통해 진솔하게 풀어냈다.

가난한 살림에 아이 4명을 키우며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했다. 농사, 식당일, 도배, 버스매표원, 건강식품 판매, 옷가게 등을 닥치는 대로 하며 겪었던 자신의 인생살이부터 소개했다. 그 시대 농촌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달픈 삶을 회상하는 대목에서는 청중이 부모 세대를 떠올리며 숙연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신 할머니의 인생 항로는 TV에 비친 이미지보다 훨씬 굴곡이 깊었다.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여러 차례 가정이 풍비박산 난 그는 2004년 서울 동대문운동장 부근에서 중고 옷가게를 시작하며 재기를 꾀했다. 하지만 동대문운동장이 공원으로 바뀌면서 동대문구 신설동에 생긴 전통시장인 풍물시장 구석으로 쫓겨났다. 설상가상으로 위암 판정까지 받았다.

그런 신 할머니에게 희망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지난해 4월 KT의 봉사단 ‘IT서포터즈’ 단원이 가르쳐준 컴퓨터와 인터넷이었다. 일흔이 다 된 나이였지만 배움에 대한 아쉬움과 호기심에 장사를 마친 뒤 수업에 참여했다. 컴퓨터 켜고 끄는 것부터 쉽지 않았지만 봉사단원들의 정성에 탄복해 빠짐없이 출석하다 보니 어느덧 블로그를 개설하고 엑셀도 다룰 수 있게 됐다.

“답답해할 만도 한데 (단원들은) 한 번도 화내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냈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배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손질한 옷들을 온라인 장터에 내놓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상품 사진을 찍어 올린 뒤 인터넷으로 주문을 확인하고 배송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가게 매출이 껑충 뛰었다. 이런 ‘작은 기적’을 접한 KT는 신 할머니의 얘기를 TV 광고의 소재로 삼았다.

신 할머니는 “기회는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옵니다.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고개 숙이지 말고 가능성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청중을 격려하며 강연을 마쳤다. KT 직원들은 기립박수로 할머니의 도전에 존경심을 표시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온라인쇼핑몰#신범순#전통시장#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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