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케네스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이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성과와 한국 생활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외국인 첫 고위공무원이었던 크로퍼드 단장은 다음 달 9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기상청 제공
“한국에서는 직급이 높고 월급 많은 공무원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게 당연하더군요. 처음엔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케네스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70)은 2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 공직사회의 의사소통 구조를 ‘수직형’으로 표현했다. 고위공직자가 의견을 정하면 그대로 부하 직원들에게 내려오고 이 과정에서 평등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2009년 8월 외국인으로는 처음 고위공무원(1급)에 임명된 그는 “미국의 의사소통 구조는 수평형”이라며 “이 때문에 새로운 접근방식이나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한국보다 개방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임용 초기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망치면 안 된다.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앞으로 한국 정부가 외국인 전문가를 계속 고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상당히 부담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국정감사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2009년 첫 국감 때 크로퍼드 단장은 한국 국회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답변 내내 ‘열중 쉬어’ 자세를 취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처음 참석했을 때 아무도 웃지 않아 조금 무서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책성 질의에 “내가 떠난 뒤 어떤 기상시스템을 만들었는지 보라”고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관장만 참석하는 미국과 달리 실무직원까지 국회로 ‘총출동’하는 모습도 그에게는 ‘왜 저렇게 하지?’라는 의문을 남겼다.
날씨 예보가 잇달아 빗나가면서 기상청이 ‘오보청’으로 불릴 때 그는 ‘기상계의 히딩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한국에 왔다. 당초 지난해 5월 계약이 만료됐지만 이달까지 연장됐다. 그가 온 후 단기예보(1, 2일 전망) 정확도는 2008년 88.3%에서 지난해 92.1%로 향상됐다. 하지만 일주일간 날씨를 전망하는 중기예보 정확도나 호우 대설 태풍 같은 특보 정확도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의 업무는 기상정책의 큰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크로퍼드 단장은 “기상은 마법이 아니다”라며 “의학이나 과학처럼 어느 날 갑자기 발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와 기술 개발, 테스트, 현장 적용까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며 “예보 정확도도 계속 향상되고 있는데 여전히 대다수 국민과 언론은 비판적이라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 선진화 12대 과제 마련, 2010년 기상레이더센터 설립, 정부부처 레이더 자료 통합 활용 등을 의미 있는 성과로 꼽았다.
그는 다음 달 9일 한국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한국 언론과 국민이 ‘히딩크’로 표현한 것에 대해 크로퍼드 단장은 “존경받고 성공한 사람과 비교해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탄주와 산낙지를 즐길 정도로 한국에 정이 들었다”며 “친절하고 유머가 넘치는 한국인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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