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오른쪽)과 간부들이 재정부 현판 이전식을 열었다. 재정부의 세종청사 입주식은 20일에 열린다. 과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과천시대는 개도국들에 새로운 발전 경로와 희망을 제시한 시간이었습니다. ‘과천’이란 단어가 세계 경제사전에 보통명사로 등록될 만 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정부과천청사의 재정부 현판을 떼어내며 27년의 ‘과천시대’를 공식 마감한 18일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렇게 감회를 털어놨다.
재정부는 올 9월에 가장 먼저 입주한 국무총리실, 이달 중 이전을 완료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다른 정부부처들과 함께 이번 주부터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재정부의 이전은 한국 경제정책의 산실(産室)이 약 30년 만에 과천에서 세종시로 옮겨간다는 의미가 있다. 경제부처의 과천시대는 건설부와 농수산부가 이전한 1983년 시작돼 3년 뒤인 1986년 재무부 상공부 동력자원부 경제기획원이 나란히 입주하며 본격화됐다.
그동안 부처들의 이름은 조직 개편에 따라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주요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기능은 과천에 머물렀다. 과천시대 동안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 많은 성과를 냈지만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등 큰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잔뼈가 굵은 경제 관료들의 경험과 노력에 힘입어 2008년 금융위기와 잇따른 유럽 재정위기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탈출한 나라가 됐다.
재무부, 경제기획원이 광화문에 있던 마지막 해(1985년)와 2011년의 경제지표를 비교하면 국내총생산(GDP)은 85조7000억 원에서 1237조1000억 원으로 14.4배,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은 205만 원에서 2492만원으로 12.2배가 됐다. 수출도 303억 달러에서 지난해 5552억 달러로 26년 만에 18.3배로 불어났다.
이날 박 장관은 현판 이전식에서 “한 시대를 떠나보내려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만감 중에서 굳이 한두 개를 고른다면 고마움과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고, 식민통치와 전쟁까지 겪은 나라가 이룩한 경제발전 모델은 지금 지구촌 여러 나라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장차관 등 고위간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실·국이 이미 이삿짐을 풀고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정책조정국, 공공정책국 등 일찍 이사를 마친 부서는 사무실 배치를 끝냈지만, 예산실 등 마지막 임시국회를 준비해야 하는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옛 공정위 청사를 연말까지 임시로 사용한다. 이날 세종청사 기자실을 방문한 신제윤 재정부 제1차관은 “앞으로 모든 대(對)언론 브리핑을 비롯한 대외업무는 세종청사에서 하겠다”며 세종청사 조기 정착에 힘쓸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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