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음지의 학우 보듬은 5만5800명 또래상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 여성부-교과부 ‘우수사례 보고대회’ 시상식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또래상담 우수사례 보고대회에서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한 손송은 양(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17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또래상담 우수사례 보고대회에서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한 손송은 양(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학교생활 하기가 너무 힘들고 학교에 다니기가 싫어요.”

A 군(16·성남 효성고1)은 학교 선배인 김영일 군(17)을 만나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김 군은 “내가 도와줄 테니 형을 믿어라”며 어깨를 토닥였다.

문제가 생긴 건 4월, 동아리에서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였다. 인터넷에 여자친구의 험담을 올린 게 화근. 이 행동이 동아리 부원들에게 알려지면서 따돌림이 시작됐다. 선배들은 A 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동아리 행사도 알려주지 않았다.

A 군은 동아리 활동에서 자주 빠지게 됐다. 분한 마음에 자주 눈물을 흘렸다. 주먹으로 벽이나 사물함을 치면서 자해행동을 하기도 했다. 친구들에게는 “다 죽여 버리고 싶다”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김 군은 A 군을 위해 또래상담을 해주기로 했다. 또래상담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주변 친구가 상담하는 활동이다.

먼저 김 군은 동아리 부원을 차례차례 만나 화해를 유도했다. 그중에는 “A 군이 먼저 잘못을 했다”며 따지는 학생도 있었다. 김 군은 “이런 방식의 보복은 옳지 못하며,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죽이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교폭력과 관련된 웹툰을 보여줬다.

설득이 어느 정도 성공하자 김 군은 A 군과 동아리 부원들이 화해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 후 A 군은 다시 동아리 친구들과 친하게 지낸다.

손송은 양(17·충남 태안여고2)도 지난해 하반기에 또래상담자로 활동했다. 손 양은 손꼽히는 문제아였던 B 양(17)을 상담했다. B 양은 불량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폭력에 가담한 전력이 있었다. 친한 친구 2명이 퇴학과 강제전학을 당한 뒤 B 양은 따돌림을 당했다.

손 양은 B 양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학교폭력에 가담하게 됐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B 양은 선배들로부터 쇠파이프, 담뱃불, 칼로 폭력을 당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어두웠던 가정사도 말해줬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손 양은 어떻게 도울지 계획을 세웠다. 흡연자인 B 양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설득한 뒤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운동장을 뛰었다. 지각이 잦은 B 양을 위해 아침마다 모닝콜도 해줬다. 어느새 학교에선 B 양이 개과천선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김 군과 손 양은 17일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연 ‘또래상담 우수사례 보고대회’에서 각각 교과부장관상, 여성부장관상을 받았다. 현재 전국 4366개교에서 5만5800여 명이 또래상담자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그 외 수상자 명단.

▽여성부장관상=류부열 한영고 교사, 경남외고

▽교과부장관상=부산영도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박선영 씨, 전남 청소년미래재단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또래상담#여성부장관상#교과부장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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