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전문가 프리먼 교수 방한 “한국 영어유치원 열풍 이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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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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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어교육 전문가 도널드 프리먼 교수. 주한 미국대사관 제공
세계적인 영어교육 전문가 도널드 프리먼 교수. 주한 미국대사관 제공
“영어를 가르치려 하지 마세요.”

영어교육 전문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도널드 프리먼 교수(미시간대)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개최한 ‘영어교육 세미나’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그는 17일에도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영어교육으로 세계 10위 안에 든다는 전문가라는데 잘못 이해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영어는 배워야 할 게 아니라 일상에서 쓰는 것이다.”

‘영어교육 세미나’는 4년 전부터 매년 시도교육청의 영어교육 담당 장학사와 연구사 2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17일 열린 올해 세미나는 규모가 더 커졌다. ‘프리먼 교수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교사들까지 청강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리먼 교수가 쓴 원서를 여러 권 읽어봤다. 그런 그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것.

프리먼 교수에게 한국에서 최근 영어태교와 영어유치원이 유행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영어는 학교에 들어간 뒤 배워도 된다.”

너무 어려서부터 영어를 학습하려고 하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 사례 하나를 들려줬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첫해에 아이들은 영어에 호기심을 가진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에 지쳐버린다. 학교에서는 영어를 문법 듣기 읽기 쓰기를 모두 완벽하게 해야 하는 일종의 학문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는 “영어는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를 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영어를 많이 노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즈니 만화를 보여주거나 영어로 된 노래를 들려주는 것처럼. 부모가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 필요도 없다. 그저 보여주고 들려주면 된다.

프리먼 교수는 자신의 두 딸 이야기도 했다. “프랑스어를 잘하는데 배운 건 고등학교 때예요. 그 대신 어려서 프랑스어로 많이 놀았죠.”

문법이나 발음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프리먼 교수는 “모국어를 익힐 때와 똑같이 접근하면 된다”고 말했다. 모국어는 문법을 따로 배우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익힌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그냥 듣고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철자나 문법이 조금 틀려도 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부모들에게는 과도한 욕심과 기대를 버리라고 당부했다. 아이에게 완벽한 영어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 프리먼 교수는 “부모 자신이 영어로 하고 싶은 것을 아이도 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영어자막 없이 영화를 보고 싶고,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으면 아이에게도 그걸 하게 해주면 된다. 단어책을 달달 외우고 문법책에 밑줄을 긋게 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도널드 프리먼#영어교육#영어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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