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문화의 위선에 반기 美작가 고어 비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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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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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허’ 각본 공동집필

미국 사회의 위선과 고정관념을 예리한 필체로 파헤쳐온 작가 고어 비달(사진)이 지난달 31일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86세.

생전 25권의 소설과 수백 편의 에세이를 출간한 그는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 ‘도시와 기둥’(1948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노예 해방의 아버지가 아닌 소심한 정치인으로 재해석한 역사서 ‘링컨’(1984년) 등의 대표작을 갖고 있다.

그는 명문 고등학교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조종사로 활약했다. 참전 시절 쓴 소설 ‘윌리워’가 주목받으면서 제대 후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했다. 미국의 팽창주의가 정치적 부패와 사회적 불평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낳았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작품 주제였다.

그는 영화 ‘벤허’(1958년)의 각본을 공동 집필했으며 연극 ‘베스트맨’(1960년)의 각본으로 토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TV, 영화에 배우로 등장했고 토크쇼에도 자주 출연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9·11테러를 사전에 알고 있었으며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1950년대 양성애자라고 밝혔던 그는 자서전에서 “자유분방한 사생활로 성 경험이 1000회가 넘는다”고 고백했다. 그의 어머니가 재혼했던 남성 휴 오킨클로스가 나중에 재클린 케네디의 어머니와 재혼해 그와 재클린 케네디는 이복형제지간이 됐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던 그는 동성애인 하워드 오스틴이 2003년 사망할 때까지 53년 동안 함께 살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고어 비달#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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