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은 언제나 세살짜리 어린애였다” 故 백남준 탄생 80주년 특별전 참석한 부인 구보타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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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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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은 언제나 세살짜리 어린애 같았다. 자신이 늙는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20일은 그가 서울에서 태어난 지 80년이 되는 날, 비록 몸은 함께 못하지만 영혼은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한다. 해피 버스데이, 남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시대를 앞선 천재인 백남준(1932∼2006)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방한한 부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75·사진) 여사는 먼저 떠난 남편에게 생일 축하인사를 건넬 때 환하게 웃었다.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백남준의 예술적 동지였던 그는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만우)에서 20일부터 열리는 80주년 특별전 개막식 참석차 한국에 왔다.

19일 전시장에서 만난 구보타 여사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상태였으나 활기찬 목소리로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우리는 1960년대 국제적인 전위미술그룹인 플럭서스의 아티스트로 처음 만났다. 뉴욕에서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할 땐 TV를 부수는 그의 행동이 쓰레기예술(Junk Art)처럼 취급받기도 했다. 겉모습은 저급한 예술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그의 작품은 철학이 담긴 고급 예술이다. 급진적 예술형식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부족한 탓에 힘든 시간도 보냈으나 우린 플럭서스 정신을 공유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동료 예술가로서 남편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남준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의 인간화를 지향했다”며 “21세기 예술가들에게 문을 열어준 인물”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가 남준을 낳은 뒤 찾아간 무속인에게 아들이 집 없이 부랑아처럼 세계를 돌아다닐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남준은 TV를 들고 온 세상을 집시처럼 떠돌며 살았다”며 “그는 코스모폴리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남준의 고향은 한국이지만 지금 그는 미국에도 독일에도 프랑스에도 존재한다. 그는 세계 어디서나 살아있다.”

용인=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구보타 여사#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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