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독림가 ‘아낌없는 숲사랑’… ‘남산 2배’ 1000억대 임야 국가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주변 골프장 개발 등 몸살… 매각땐 산림훼손 불보듯”
손창근씨 결단에 자녀들 동의

독림가 손창근 씨가 기부한 1000억 원대의 경기 안성시 양성면 일대 임야. 메타세쿼이
아 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산림청 제공
독림가 손창근 씨가 기부한 1000억 원대의 경기 안성시 양성면 일대 임야. 메타세쿼이 아 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산림청 제공
팔순의 독림가(篤林家)가 50년 이상 관리해 오던 시가 1000억 원대의 대규모 임야를 국가에 조건 없이 기증했다. 산림청은 경기 용인시에 사는 손창근 씨(83)가 최근 용인시와 안성시에 걸쳐 있는 자신의 임야 662ha(약 200만 평)를 산림청에 기부했다고 4일 밝혔다.

기부한 땅은 김대건 신부의 묘가 있는 천주교 미리내 성지와 인접한 임야로 서울 남산 면적의 2배 규모. 공시지가는 400억 원, 시가는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씨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려 지난달 대리인을 산림청에 보내 기부 의사를 밝힌 뒤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그의 자녀도 기부에 적극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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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씨는 1960년부터 잣나무와 낙엽송 등 5종류 200만여 그루를 이 임야에 심어 가꿨다. 임도 16km를 조성하고 계곡물이 주변 천주교 성지 등으로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방댐을 설치하는 등 산림 관리에 힘을 쏟았다. 이 공로로 1966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1991년에는 산림청에서 모범 독림가로 지정됐다.

이 임야는 양쪽 편에 지방도가 지나고 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서 개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손 씨는 대리인을 통해 “대기업들이 임야를 매각하라고 요구해왔는데 그럴 경우 산림이 훼손될 우려가 커 국가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며 “이 숲이 다음 세대까지 온전히 잘 보호되고 관리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손 씨의 뜻에 따라 이 임야의 조림지는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임목 생산림으로, 나머지는 생물다양성 증진 및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한 공익공간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손 씨는 ‘좋은 일이니 널리 알리자’는 산림청의 제안을 극구 거절하며 “내 얼굴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 기부 사례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은 제67회 식목일(5일)을 맞아 산림사업 유공자 9명에 대한 포상 전수식도 열었다. 수상자는 △동탑산업훈장 정에드워드(영농조합법인 윤제림 대표이사) △철탑산업훈장 김윤오(한국산양삼협회 회장) △산업포장 정의용(한국표고톱밥 재배자협회장), 고명호(한솔홈데코 대표이사) △대통령 표창 양종광(영도목재 대표이사)·이후원(한국산양삼협회 충북도지회장) △국무총리 표창 하호종(한국임업후계자협회 경남도지회장), 장대훈(죽산표고영농조합법인 이사), 윤석승 씨(아그파인 농장 대표) 등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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