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美여군 8명, 기적을 쌓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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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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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여군 건설팀, 美해군 역사상 가장 빨리 막사 완공

미 해군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아프가니스탄 막사 건설을 끝낸 미 해군 시비스 소속 여군 8명. 이들은 “힘든 임무를 끝냈으니 이제 손톱 손질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사진 출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미 해군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아프가니스탄 막사 건설을 끝낸 미 해군 시비스 소속 여군 8명. 이들은 “힘든 임무를 끝냈으니 이제 손톱 손질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사진 출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여군들끼리 한다고? 해낼 수 있을까?”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국 해군 시비스(Seabees) 소속 여군 건설팀에 막사 건설 프로젝트가 떨어졌을 때 주변에서는 이런 걱정을 해댔다. 여군들로만 이뤄진 건설팀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미 해군 사상 처음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들은 성공적으로, 그것도 해군 역사상 가장 빠른 2주 만에 막사 완공을 이뤄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2일 전했다.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에 모인 미 해군 이동건설 4대대 소속 8명의 여군에게 아프간 남서부 산악지역인 헬만드에 가로 6m, 세로 9m의 4개 동으로 이뤄진 대형 막사를 건설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탈레반 거점이 있는 헬만드는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이다.

이들은 장비를 지급받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수차례 아프간, 이라크 등에 파병된 베테랑들이었지만 막상 도착했을 때 여건은 열악했다.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곳에서 차가운 우물물로 샤워하고 용변은 플라스틱 봉지에 담아 구덩이에 넣어 태우면서 막사를 지었다. 땅을 팔 때는 장갑 속으로 얼음이 파고들기도 했다. 이들은 하루 12시간씩 일한 끝에 당초 3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막사 건설을 2주 만에 끝냈다. 막사 건물에 전기 배선, 통신 연결 작업까지 완료하고 원래 계획에 없던 체육관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육체적인 면에서 남자 군인들을 따라갈 수 없는 땅 파기, 벽 쌓기 등의 업무를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한 것이 짧은 기간 내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며 “이 지역에서 작전 중인 특수부대 소속 군인들이 막사가 없어 진흙 속에서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하는 상황을 보며 (이들을 돕기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팀 정신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1942년 처음 만들어진 미 해군 시비즈는 전투와 막사, 활주로, 다리, 도로 등 건설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조직으로 현재 9개 대대가 해외에 파견돼 있다. 시비즈가 여군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이며 남자 군인들과 똑같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시카 베라 3급 건설병은 “군인이라면 편안한 곳만 찾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며 “시비즈 소속 여군으로서 남자 군인에게 뒤지지 말아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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