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다!” 외치며 급류 속으로 몸 던졌던 민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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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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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조 공로 ‘경찰의 날’ 특별초청 받은 여동규 일경
“이 자리 서야 할 사람은 조민수 首警님” 눈시울 붉혀

여동규 일경은 함께 작전에 나가 어린이를 구하다 숨진 조민수 수경과의 추억을 얘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동규 일경은 함께 작전에 나가 어린이를 구하다 숨진 조민수 수경과의 추억을 얘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민수 형이 제 팔을 뿌리치더니 아이들 비명소리가 나는 쪽으로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물이 턱밑까지 올라오고 물살이 워낙 세서 돌아오라고 그렇게 외쳤는데….”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7월 27일 조민수 수경의 부사수 여동규 일경(20·경기지방경찰청 기동11중대)은 사건 당일 목까지 물이 차오른 도로를 걸으며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조 수경과 팔을 끼고 걷고 있었다. 이들은 호우에 피해를 당한 주민을 돕기 위해 순찰 중이었다. 급류에 어린이가 휩쓸려가자 조 수경은 “야, 꼬맹이다. 꼬맹이”라며 여 일경의 팔을 뿌리치고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여 일경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날’ 행사에 특별 초청됐다. 급류에 휩쓸린 시민들을 구조한 공로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여 일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지만 그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민수 형인데….”

경기 동두천시 신천변으로 구조작전을 나가던 그날, 조 수경은 제대를 한 달 앞둔 말년 의경이었다. 입대 100일쯤 된 여 일경은 그의 자리를 메울 부사수였다. 유달리 부사수를 아꼈던 조 수경은 주말 외출을 나갈 때마다 여 일경과 함께 당구장이나 노래방을 찾았다.

“저를 편하게 느꼈는지 민수 형은 가족 얘기를 많이 했어요. ‘사춘기 때 부모님 속을 많이 썩여 죄송하다’ ‘아버지와 서먹서먹한데 어떻게 하면 친해질까’ 하는 말을 자주 했어요.”

경기도 일대에 폭우가 내린 사고 당일 조 수경은 출동 직전에도 수원에 사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그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등 뒤에서 껴안고 있는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저장해놓은 아들이었다.

어머니 승남희 씨(47)는 아들의 장례식 때 여 일경을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날 여 일경은 조 수경이 남긴 메모와 노트 등 유품을 챙겨왔고 생전에 조 수경이 했던 얘기를 전했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많이 울어 늘 미안하다” “아버지랑 술 한잔만 더 하면 서로 장난도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승 씨에겐 아들의 유언이었다. 승 씨는 “내 아들이 옆에 있는 것 같다”며 여 일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 일경은 9일 조 수경의 추모비 제막식 때 그를 기리는 헌시를 낭독했다. ‘차갑고 어두운 물속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물살에 휘감긴 귓가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른거렸겠지요.’

여 일경은 “민수 형에게 영원한 부사수가 되기로 약속했으니 형이 못다 한 효도를 대신하고 싶다”며 “민수 형 부모님께 종종 연락도 드리고 찾아가고 싶은데 괜히 저 때문에 상처가 되살아날까 봐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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