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일운동 한평생… 늦봄 곁으로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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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문익환 목사 부인
박용길 장로 92세로 별세

고 문익환 목사(호 늦봄)의 부인이자 배우 문성근 씨 어머니인 박용길 장로가 25일 오전 1시 3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유족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요양원에 머무르던 박 장로는 22일 수유동 자택으로 돌아온 뒤 증세가 악화돼 23일 병원에 입원했지만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박 장로가 각막을 기증한 사실도 알려졌다. 문성근 씨는 이날 트위터로 별세 소식을 전하며 ‘박 장로는 문 목사가 그랬듯 각막을 기증하고 문 목사가 있는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에 합장한다’고 밝혔다.

1919년 황해도 수안군에서 태어난 박 장로는 경기여고와 일본 요코하마여자신학교를 졸업했으며 1944년 문 목사와 결혼한 뒤 평생을 민주화 및 통일 운동에 매진했다. 통일맞이,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고문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 명예대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의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1995년 6월에는 김일성 1주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 사전 승인 없이 평양을 방문했다가 옥고를 치렀고 2000년 10월에도 노동당 창건 55돌 초청 인사로 방북했다. 2005년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등 진보 진영에서는 ‘통일의 어머니’로 불리고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는 민주화 단체 및 야당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빈소에서 “부부 사랑이 대단한 분들이었다”며 “하늘에서도 통일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해 주신 어머니 같은 분이 돌아가셔서 애통하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딸 영금 씨와 아들 의근(JP모건시카고 부사장) 성근 씨, 며느리 정은숙(성신여대 석좌교수) 김성심 씨, 사위 박성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28일 오전 9시다. 02-2072-2010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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