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前의장 강위원 씨 “악연씻고 약자에 귀기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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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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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법정에 세웠던 검찰의 시민위원 되다

국내 학생운동의 본산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 출신이 지방검찰청 검찰시민위원에 선정됐다.

광주지검(검사장 주철현)은 21일 “한총련 5기 의장 출신으로 현재 광주 광산구 노인복지관장을 맡고 있는 강위원 씨(41·사진)를 제3기 검찰시민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강 관장은 1989년 고3 때 ‘광주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광고협)’ 의장을 맡아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가 구속돼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1997년 전남대 총학생회장 겸 한총련 5기 의장을 맡았다 다시 구속돼 4년 2개월 동안 수형 생활을 했다. 그는 “당시 단골집회 장소였던 전남대 ‘5·18광장’에서 집회를 열지 않기로 하는 등 비교적 온건노선을 지향했지만 결국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죄 등으로 광주지검에 구속됐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강찬우 차장은 강 관장 선임에 대해 “법률 전문가보다 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검찰에 비판적인 그룹도 무방하다는 열린 기준으로 시민위원 후보를 추천받았다”며 “강 관장의 경우 대구와 전남 영광, 광주에서 이어 온 사회복지활동 경력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의 검찰시민위(위원장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는 여성계 인사 4명을 비롯해 자영업자, 회사원, 공인회계사, 노무사, 의료인, 교육자, 노동계 인사, 택시 운전사, 언론인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됐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 시민검찰위는 통상 9명이지만 광주지검은 시민위의 위상과 운영률을 높이기 위해 18명으로 구성했다. 또 매달 2차례 이상 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시민위원들은 6개월간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시민위에 회부된 사건 피의자에 대한 공소 제기, 양형, 구속 취소, 구속영장 재청구 결정 등에 의견을 밝힌다.

강 관장은 “명망가 위주의 인선으로 구색 맞추기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시민위를 실무기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말을 검찰로부터 들었다”며 “검찰이 시민위의 의견을 100% 수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과거의 악연에 연연하기보다 오늘의 눈으로 사건을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배자부터 피의자, 피고인, 수형인 등 여러 경험을 겪은 만큼 사회적 약자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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