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3인방의 男부럽지 않은 ‘복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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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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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정 이혜옥 조정숙 씨, 첫 국제심판에여고 교사-전직 여군-前국가대표 ‘이색경력

국내 아마 복싱 100여 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제심판으로 활약할 삼총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여군 출신 이혜옥, 국어 교사 홍현정, 복싱 대표 출신 조정숙 씨. 이혜옥 씨 제공
국내 아마 복싱 100여 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제심판으로 활약할 삼총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여군 출신 이혜옥, 국어 교사 홍현정, 복싱 대표 출신 조정숙 씨. 이혜옥 씨 제공
현직 여고 국어교사가 여성으로는 국내 최초로 복싱 국제 심판이 됐다. 경북 영주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홍현정 씨(35). 서울대 국어교육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홍 씨는 EBS에서도 국어를 강의하고 있다. 복싱과는 거리가 먼 듯한 이력이다. 그러나 홍 씨는 2006년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했을 정도로 강도 높게 복싱 훈련을 했다. 이후 심판으로 변신한 홍 씨는 지난달 20일 국제심판 시험에도 합격했다. 홍 씨와 함께 이혜옥(42) 조정숙 씨(35)도 함께 합격했다. 이들 세 명은 국내 아마복싱 100여 년 역사상 첫 여성 국제심판이다. 이들은 곧 국제경기 심판을 맡아 링 위에 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홍 씨는 2005년 29세의 나이에 복싱을 시작했다. 미뤘던 대학원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격렬한 운동을 통해 풀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얼굴을 다칠까 봐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대회 때면 가끔 코피를 흘렸는데 다른 운동을 하더라도 이 정도 부상은 입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심판이 된 뒤부터는 경기의 흐름을 더 보게 된다. 짧은 경기에서도 상승과 하강 곡선이 있다. 인생의 흐름을 보는 것 같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10분간의 경기를 위해 1년간 피땀 흘리는 것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키운다”고 덧붙였다.

이혜옥 씨는 수도방위사령부에서 근무했던 여군 출신이다. 1994년 중사로 제대한 그는 사회복지사로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했다. 현재는 복싱에만 전념하고 있다. “왜 돈 안 되는 일을 하느냐”는 남편의 농담에 “돈보다는 명예를 위해 일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올림픽 무대에 올라 심판으로 국위를 선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내가 여군이 된 것도 남녀가 평등하게 국가에 이바지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태권도 3단으로 헌병대에서 근무했던 그는 “부대에서 훈련에 몰두하던 전직 복싱 선수의 모습을 보고 복싱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전역 후 1995년부터 복싱을 시작했다.

조정숙 씨는 2003년 인도에서 열렸던 아시아여자복싱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다. 현역 시절 60kg급 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여자 복싱 국가대표 1세대다. 태권도와 합기도 등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복싱이 다른 운동에 비해 화려한 손 기술을 지닌 것이 좋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장차 여자 복싱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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