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모, 김기중씨 한국인 첫 美대륙 횡단 자전거 레이스 출전

  • 동아일보

‘9일이내 5000km 완주’ 극한 도전
“한국인 기개 확실하게 보여줄 것”

5000km를 9일 안에 달려야 하는 미국 횡단 자전거 레이스(RAAM)에 출전하는 이형모씨(왼쪽)와 김기중 씨. ‘울트라 마라톤 사이클팀 코리아’라는 2인 팀을 꾸린 이들의 유니폼 뒤에는 ‘인내’, 앞에는 ‘서두르지 않고 쉬지 않고’ 등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000km를 9일 안에 달려야 하는 미국 횡단 자전거 레이스(RAAM)에 출전하는 이형모씨(왼쪽)와 김기중 씨. ‘울트라 마라톤 사이클팀 코리아’라는 2인 팀을 꾸린 이들의 유니폼 뒤에는 ‘인내’, 앞에는 ‘서두르지 않고 쉬지 않고’ 등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눈앞에서 동료들이 숨진 죽음의 산을 넘어온 그였다. 또 다른 극한의 도전이 두렵지 않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넘나들었던 이형모 씨(32·rpm스포츠)가 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극한 체험에 나선다. 이 씨는 김기중 씨(38)와 한국 최초로 5000km 구간의 미국 횡단 자전거 레이스(RAAM)에 나선다.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션사이드를 출발해 27일 미국 동부 아나폴리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1982년부터 열린 이 대회는 고통스러운 경기로 악명이 높다. 개인 출전자는 12일, 팀 출전자는 9일 이내에 완주해야 한다. 올해는 개인 47명과 단체 2인 9팀, 4인 31팀, 8인 12팀이 참가한다.

이들은 2인 팀으로 참가한다. 3만 m의 고도차를 오르내리고 매일 서울∼부산 거리보다 긴 600km를 달려야 한다. 뒤따르는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3, 4시간씩 교대로 달릴 예정이다.

2006년 에베레스트에 오른 이 씨는 2007년 박영석 대장과 함께 에베레스트 남서벽 개척에 나섰다. 이때 형제처럼 지냈던 오희준 이현조 두 명의 동료가 숨졌다. 이들은 해발 7700m 지점에서 눈사태를 맞아 1200m를 추락한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은 그의 마음에 깊은 그늘을 남겼다. 2009년 박영석 대장의 원정대에 참가해 대원들이 마침내 남서벽 루트 개척에 성공하는 것을 지켜본 그는 마음의 짐을 벗고 산을 내려왔다. 이후 철인3종 경기에 눈을 돌렸다. 자전거와 수영을 연습했다. 그러다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소방관 시험 준비를 하던 중 김 씨를 만났다.

사업가인 김 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100kg이 넘는 비만이었다. 무리하게 살을 빼려다 관절염에 걸렸고 15년 넘게 고생했다. 3년 전 우연히 자전거를 시작하면서 관절염이 완치되는 기쁨을 맛봤다. “땀 흘리며 운동하는 기쁨이 너무 컸다”는 그는 수영 마라톤까지 하면서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해 왔다. 미국 횡단대회를 알게 된 그는 자전거 강자인 이 씨에게 연락해 팀을 꾸렸다.

이 씨는 4월 초 자전거를 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리와 허리를 다쳤다. 50일 넘게 입원한 뒤 지난달 말 퇴원했다. 소방관 시험은 치르지도 못했다.

“이제는 완주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훈련하면서 몸도 추슬러야지요.” 퇴원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자전거에 오른 그는 김 씨와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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