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상궂은 인상의 피의자, 날카로운 눈빛의 형사들 사이로 한 여성이 들어왔다. 처음 찾는 경찰서가 신기한지 형사과 사무실 구석구석을 살피는 이는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 씨(48·여·사진). 공 씨는 일일 형사를 체험하기 위해 이날 경찰서를 찾았다.
‘공 형사’의 특별한 하루는 서대문서 김맹호 강력팀장(45)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공 씨는 12일 김 팀장이 “모집합니다. 경찰서에서 형사 체험하고 싶은 분은 연락주세요”라고 올린 글을 보고 일일 형사 체험에 지원해 서대문서 강력4팀과 함께 다음 날 아침까지 밤을 지켰다.
형사들과 함께 형사기동대 차량에 올라탄 공 씨는 이날 밤 서대문구 연희동 대현동 북아현동 이화여대 인근을 순찰했다. 이 동네는 공 씨가 자라고 대학(연세대)까지 다니며 30년을 넘게 산 곳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신촌과 이유(離乳·젖을 떼다)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공 씨가 사랑한 곳이었지만 형사의 시각으로 본 고향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랐다.
공 씨는 “신촌에 모텔이 얼마나 많은지 처음 알았다”며 “화려한 모텔촌에서 오히려 젊은이들의 우울한 초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고시원에 살면서 컵라면을 사 먹으러 나오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먹고살 만한’ 기성세대로서 마음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공 씨는 이날 새벽까지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서대문 일대를 순찰했으며 난생처음 경찰서에서 앉은 채로 쪽잠을 자기도 했다.
“평소 느껴온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실제와 많이 다르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체험하지 않고 신문 등에서 보던 것과 너무 달라 간접경험에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공 씨는 평소 겁이 많은 성격이지만 이날은 살인사건 기록도 유심히 살펴봤다. 그는 대표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출간하기 위해 6개월 넘게 수시로 서울구치소를 찾아 사형수를 만나는 집필 취재를 한 바 있다. 공 씨는 “전형적인 경찰서의 모습에서 사회의 단면과 인간의 욕망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강력팀 형사를 처음 본 느낌, 복장, 말투를 다 기록해 놨다가 언젠가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을 쓸 때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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