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러츠 상병 60년만에 ‘영원한 안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6·25참전 北포로로 사망 → 北서 넘긴 유해 상자에 포함 → 美, 최근 신원 확인
어제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지 60년 만에 신원이 확인돼 13일 미국 워싱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존 W 러츠 육군 상병.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지 60년 만에 신원이 확인돼 13일 미국 워싱턴의 알링턴 국
립묘지에 안장된 존 W 러츠 육군 상병.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전쟁포로로 잡혀 실종된 미군 장병의 유해가 60년 만에 신원이 확인돼 미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혔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사무국(DPMO)은 12일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뉴저지 주 출신 존 W 러츠 육군 상병의 유해를 확인하고 가족들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러츠 상병의 유해는 13일 최고의 예우를 갖춰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러츠 상병 유해의 신원은 전쟁에서 실종된 미군을 한 명이라도 방치하지 않는다는 미 국방부의 끈질긴 노력 끝에 확인할 수 있었다.

러츠 상병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16∼20일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군인으로 구성된 ‘지브라’ 기동부대 소속으로 강원 홍천강 계곡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북한군 진영에 깊숙이 침투하다 고립된 뒤 실종됐다. 당시 나이 21세.

미군 당국은 1953년 휴전 후 북한군에게 잡혔다 귀환한 미군 포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러츠 상병이 1951년 5월 19일 홍천강 계곡에서 북한군에게 잡혀 북한의 전쟁포로수용소인 수안지역으로 끌려갔으며 2개월 후인 같은 해 7월 영양실조로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은 미국의 6·25전쟁 참전 사망 군인 유해 발굴에 협조해 1991∼1994년 미국에 유해 상자 208개를 인도했다. 미군은 상자에 담긴 미군 유해가 200∼4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내고 DNA와 치아 검식을 통해 신원 확인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그러다 일부 상자에 담긴 유해들이 북한 수안 전쟁포로수용소에서 발굴된 것임을 확인했다. DMPO 측은 수안 수용소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포로들의 가족 DNA와 유해를 대조하는 작업을 하다 한 유해의 치아 검식 및 DNA 검사 결과가 러츠 상병 조카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러츠 상병이 사망한 지 60년 만에, 북한으로부터 유해를 넘겨받은 지 20년 만에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미 국방부는 “6·25전쟁에서 미군 병사 2000명 이상이 포로로 잡혀 있다가 사망했으며 이들을 포함해 8001명의 병사가 아직도 실종 상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