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내 분란땐 예수님의 정직성에 비추어봐야”

  • 동아일보

교계 총회장은 권력자 아닌 중재자 섬김의 리더십 발휘가 그 본분
스티브 헤이너 美컬럼비아대 신학대학원 총장

한국을 찾은 스티브 헤이너 총장은 “교회가 지도자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권한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을 찾은 스티브 헤이너 총장은 “교회가 지도자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권한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미국 장로교에서 총회장이란 권력직이라기보다는 실제로 사역을 수행하는 목회자이자 중재자(Mediator)이다. 그 역할은 원만한 회의 진행과 여론수렴 및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있다. 목사와 장로가 돌아가면서 총회장을 맡는다. 여성 목사와 40대도 총회장이 될 수 있다.”

미국장로교회(PCUSA)의 10대 신학교 중 하나인 184년 전통의 컬럼비아대 신학대학원 스티브 헤이너 총장은 4일 최근 해체 논란에 휩싸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 등 한국 기독교계가 처한 현실을 미국 교계의 안목으로 어떻게 풀어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목사로 38년간 사역한 헤이너 총장은 하버드대에서 아랍과 히브리문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대에서 구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11년간 교목으로 활동했다. IV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와 월드비전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한국 개신교회는 놀라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세습, 물량주의, 타 종교와의 마찰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교회 안에는 언제나 돈 권력 등 유혹적 요소가 있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지도자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권한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을 세속 법정으로 가져가고, 변호사가 임시로 수장을 맡게 되는 사태로 번졌는데….

“구체적인 사실을 몰라 언급하기 힘들지만 어떤 경우든 ‘정직성의 모델’이 된 예수님의 ‘섬기는 리더십’을 따라가야 한다. 미국 장로교회는 교단 내 사법제도가 잘돼 있어 문제를 ‘세상 법정’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중동에서 꾸란을 불태운 한 미국 목사에 대해 분노가 일고 있다.

“작은 교회에서 한 사람이 저지른 일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확산됐다. 미국은 종교 다원주의를 지향하는 사회다.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필요하다.”

동행한 데버러 멀린 부총장은 “우리 대학 커리큘럼의 목표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구촌적 시각을 가진 목회자를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신제나 다름없는 한국 장로교회의 장로직에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장로교회에는 문제점을 막기 위한 몇 가지 장치가 마련돼 있다. 당회에 참여하는 시무 장로는 3년 또는 6년에 한 번씩 반드시 1년의 안식년을 갖도록 돼 있으며 그 후 다시 교인들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창업 목사를 ‘오너’, 후임 목사를 ‘최고경영자(CEO)’에 비유하는 얘기도 나온다.

“담임목사는 은퇴 후 원칙적으로 자신이 섬기던 교회에 참석하지 못 한다. 후임 목회자가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도록 협력하기 위해서다.”

―세계 10대 장로교회의 대부분이 한국 교회지만 한국에서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신학과 신학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선교적인 교회(Missionary Church)’를 강조해 왔다. 사역과 신학이 공존하는 교회다. 이번에 한국과 중국 교회 및 신학교를 두루 방문하고 한국어를 비롯한 이중 언어로 된 목회학 박사과정과 박사후(後)과정을 도입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하나다.”

헤이너 총장 일행은 대전 전주 광주 포항 등의 교회와 신학교를 방문한 뒤 8일 중국으로 떠난다. 이번 방한에는 이 대학의 유일한 동양계 이사인 정인수 애틀랜타 연합교회 담임목사와 이 대학 한미목회연구소장 허정갑 교수, 김인식 전 미국 장로회총회 아시아선교담당 총무가 동행했다.

오명철 문화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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