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위해… 이웃 위해… 전재산 내놓은 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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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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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78세 이계순 할머니… 대구가톨릭대에 5183만원 등… 3차례 걸쳐 2억원 쾌척

혼자 사는 70대 할머니가 그릇 행상을 하면서 모은 전 재산 2억여 원을 수차례에 걸쳐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서구 내당동에 사는 이계순 씨(78·사진)가 5183만여 원을 기부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대학에 따르면 이 씨는 사전 연락 없이 지난달 31일 대학본부를 방문해 발전기금을 내겠다며 낡은 통장 2개와 도장을 건넸다. 그는 “못 배운 것이 늘 한이 됐는데 죽기 전에 젊은이들이 공부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며 장학금으로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는 공부라고는 일제강점기에 야학을 다녀본 경험뿐이라고 말했다.

이 씨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약 30년간 혼자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대구 중앙공원 주변과 태평로, 대구지법 앞 등에서 그릇 행상으로 상당한 돈을 모았다. 그러다 1995년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에 1억 원을 쾌척한 데 이어 2006년 대구 서구장학회에 장학금 5000만 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정작 이 씨는 돌봐주는 가족도 없이 방 한 칸과 거실이 있는 전셋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상황. 자식 셋을 낳았지만 모두 어릴 때 죽었고 남편은 30여 년 전 세상을 떠났다. 매월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 9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7일에는 관할 동 주민센터를 찾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했다. 이 씨는 학교 측에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것을 구입해 달라”고 전했다. 대구가톨릭대는 할머니의 기부금을 장학금 등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강진 92세 한정녀 할머니… “돌봐준 주민들에게 보답”… 푼이 모은 3000만원 내놔

“죽으면 쓰지도 못할 것 남겨서 뭐 하겄어.”

아흔을 넘긴 할머니는 귀가 어두운 탓인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또렷했다. 14일 감기 때문에 보건소에 다녀왔다는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이 (내가) 죽으면 장례를 치르고 제사도 지내줄 텐데 나도 보답을 해야제∼”라며 웃었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 남삼인리에 사는 한정녀 할머니(92·사진)는 최근 3000만 원이 든 정기예금 통장을 이 마을 문용윤 이장(64)에게 맡겼다. 이 돈은 한 할머니가 20년 넘게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살면서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이다.

한 할머니는 3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자식 없이 혼자 살았다. 산에서 약초를 캐고 오이 호박 깨 등을 재배해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주 수입원. 수입은 적었지만 할머니는 돈이 생기는 대로 저금을 했다. 할머니가 전 재산을 내놓은 것은 남편의 제사를 챙겨준 주민들에게 고마워서다. 할머니는 남편을 떠나보낸 뒤 논 5986m²(약 1800평)를 마을에 기증했다. 주민들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매년 음력 2월 9일 할머니 남편의 제사를 지냈다. 할머니는 2008년 마을회관 터 구입비로 800만 원을, 10년 전 병영중학교에 장학금으로 100만 원을 내놓았다.

주민 강정례 씨(67)는 “한 할머니는 면사무소에서 주는 난방용 기름도 아깝다며 전기장판 하나로 추위를 날 정도로 알뜰하신 분”이라며 “마을 주민들이 할머니에게 너무 큰 빚을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암=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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