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못잊어 돌아온 딸들 “안소영, 김청, 방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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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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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영 “30년만에 컴백… ‘애마부인’ 꼬리표 떼버릴 것”
김청 “20년 연기했지만 무대 오르면 발가벗은 기분”
방은희 “작품 걱정에 잠못들어… 신혼 단꿈 엄두 못내”

《‘언니가 돌아왔다.’ TV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하거나 활동이 뜸했던 중년 여배우들의 연극 나들이가 활발하다. 낯익은 얼굴을 친밀한 소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1980년대 섹시 아이콘의 복귀, 안소영

안소영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1가 선돌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 ‘잘난 걸 이쁜 걸 꼬인 걸 웬 걸’에는 안소영 씨(52)가 출연한다. 안 씨는 1982년 영화 ‘애마부인’으로 단박에 섹시 스타로 떠올랐던 주인공. 개봉한 지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 앞에는 ‘애마부인’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다. 수많은 아류작의 ‘원조’이기도 하다. 그런 그도 데뷔는 연극이 먼저였다.

“1977년 ‘뜨거운 홍차와 같이해’로 데뷔했고, 이후 몇 차례 연극 무대에 더 섰어요. 그 후 ‘애마부인’으로 얼굴을 알린 거죠.” 8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2005년 귀국했다. 이후 2007년 영화 ‘미친 것 아니냐’에 출연했고 30년 넘게 세월이 흘러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소극장 공연은 경험도 적고, 익숙하지 않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그래도 다시 선 연극 무대가 신인 때처럼 설레요.” 고교 동창 4명이 찜질방에서 만나 각자 인생살이를 풀어놓는다는 내용의 이 연극에서 안 씨는 돈 많고 예쁜 ‘이쁜 걸’ 진선미 역을 맡았다. 검사 남편을 둔 귀부인 캐릭터다. “실제 성격은 워낙 털털해 진선미와는 전혀 다르다”며 웃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점차 나은 연기를 보여드려야죠. 언젠가는 애마부인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자 안소영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 12년 만의 연극 무대, 김청

김청
김청 씨(49)도 안 씨와 같은 연극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씨가 맡은 배역은 하는 말마다 가시가 있고 배배 꼬여 있는 ‘꼬인 걸’ 금냉정 역이다. “평소 성격하고는 다르지만 냉정하고 톡 쏘는 금냉정처럼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다양한 사회 문제도 냉정하게 평가 분석하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죠.”

지난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당돌한 여자’ ‘천만번 사랑해’ 등 TV 출연은 잦았지만 연극은 오랜만이다. 1998년 연극 ‘천상시인의 노래’ 이후 12년 만. 연극 무대로 돌아온 원동력은 무얼까.

“연극은 라이브로 진행되는 것이 TV와 다른 매력이죠. 관객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캐릭터를 끊임없이 해석하게 되기 때문에 공연 후 느끼는 뿌듯함이 커요.”

1982년 미스 MBC 선발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경력 20년차 배우에게도 여전히 무대는 부담이다. “아직도 발가벗고 올라간 기분이죠. 때론 창피할 때도 있지만 자극도 돼요.” 그는 극중 펼쳐지는 가정폭력, 갱년기, 자식과의 갈등 등 공감하는 부문이 많았고 관객과 그 느낌을 나누고 싶었단다. “‘나만 불행한 줄 알았는데, 인생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신 관객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02-848-3288

○ 신혼 단꿈 접고 연극 도전, 방은희

방은희
MBC 일일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출연하는 방은희 씨(44)도 연극 무대로 활동을 넓혔다.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하는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에서 도도한 페미니스트인 ‘마르조리’ 역을 맡은 것. 2006년 ‘애니깽’ 이후 5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이 작품은 이웃사촌인 두 여인이 가짜 남자친구를 구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미국 작가 리치 슈바트의 코미디물로 국내 초연이다. “지난해 12월 초 연습에 들어갔는데 무대에 서면 팔팔 뛰는 생선처럼 에너지가 생겨요. 하지만 번안극에다 생소한 작품이라 걱정이 많이 돼요. 요즘은 수면제 두 알씩 먹고 잠을 잘 정도예요.”

방 씨는 지난해 9월 재혼해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남편은 그룹 유키스의 소속사인 NH미디어 대표 김남희 씨. 방 씨는 “촬영 쉬는 날 연극 연습을 나가면 남편이 ‘뭐 그렇게 바쁘냐’고 해요. 호호. 남편에게 잘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데 미안한 마음이 크죠.” 02-762-6194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윤종훈 인턴기자 서울대 불어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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