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 기부 2만명 ‘사랑의 기적’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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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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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재단, 내년 7월 장애인전용 재활센터 착공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왼쪽)과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가 2일 구청 비상상황실에서 푸르메 재활센터 건립 용지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왼쪽)과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가 2일 구청 비상상황실에서 푸르메 재활센터 건립 용지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뇌성마비 아빠와 1급 소아마비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규원이(5)는 발달장애 아동이다. 지난해 6월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 오전 6시면 강원 홍천군 집을 출발해 서울 종로구 신교동(효자동 사거리) 푸르메재단 어린이한방재활센터까지 3시간을 달려온다. 침을 맞고 마사지를 받고 30분간 진료를 받은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규원이가 왕복 6시간 거리를 오가는 것은 강원도에 재활병원이 없는 데다 매달 200만 원이 넘는 치료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다행히 규원이는 푸르메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뒤 말문이 트이고 기구를 이용해 혼자 걸을 수 있게 됐다. 규원이 같은 장애 어린이는 조기 치료하면 상태가 호전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중증장애인이 된다. 그러나 수요는 많은데 현재 시설로는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은 내년 7월 현 재활센터 바로 옆에 물리·한방·언어 치료를 제공하는 ‘어린이재활센터’와 장애인전용치과·복지관 기능을 갖춘 지상 4층의 ‘푸르메 재활센터’를 착공한다. 완공은 2012년 9월로 예정하고 있다. 푸르메재단에 위치한 현 재활센터에선 3년간 모두 1만7000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새 센터가 지어지면 지금보다 5배 이상 많은 장애인을 치료할 수 있다.

용지는 종로구청이 제공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과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는 2일 구청이 신교동 공영주차장 용지 1980m²(약 600평)를 빌려준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종로구는 장애인복지관이 없었다”며 “민관이 협력해 어려운 이웃을 함께 돕는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동정심이 아니라 재활과 취업 기회”라며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푸르메재단은 건축에 필요한 자금을 모금해왔다. 특히 월급 1%를 기부하는 정기 및 일시 후원자 2만 명의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센터가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임에도 매달 1만 원씩 3년째 기부하고 있는 황백화 씨(42)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딸이 14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뒤 나눔을 시작했다. 황 씨는 “꽃별이가 죽은 뒤 장애아동의 고통을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한미파슨스가 건축관리(CM) 서비스를, 이가건축사무소가 건축설계를 맡아 재능 기부로 동참한다.

그러나 푸르메재단은 건축과 의료기기 구입에 필요한 100억 원 중 50억 원만 모금한 상태여서 앞으로도 계속 모금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이사는 “가난과 장애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의 보금자리로 만들겠다”며 “뜻을 같이하는 시민과 기업의 작은 나눔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부자의 이름은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진료실, 나무, 벤치 등 병원 곳곳에 새길 예정이다. 02-720-7002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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