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엔 구슬 땀방울, 마음엔 웃음 꽃망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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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공감봉사단 150명, 1만2000장 사랑의 연탄 배달

까만 연탄을 지게에 짊어진 이들이 꼬불꼬불하게 뻗은 좁은 언덕길을 따라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오르내렸다. 리어카에 연탄을 가득 싣고 골목길을 오르는 이들도 있었다. 30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노란 조끼를 입은 행복공감봉사단 150여 명이 ‘백사마을’로 불리는 산동네 곳곳에 부지런히 연탄 수천 장을 배달했다. 20대 여대생부터 중년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들은 기획재정부 소속 복권위원회에서 2008년부터 시작한 행복공감봉사단원들. 올해로 3기 째를 맞은 봉사단에는 전국에서 대학생과 직장인 등 2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사랑의 연탄 나눔 및 미리 크리스마스 봉사활동’에 참가한 봉사단은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을 맞아 독거노인들이 많이 사는 중계동 104번지의 60가구를 찾아 가구당 200장 씩 총 1만2000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봉사활동에는 복권기금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겸 가수 이승기와 복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참여했다.

걸어서 오르내리기도 힘든 가파른 언덕길이었지만 봉사단은 얼굴에 군데군데 묻은 까만 얼룩이 무색할 만큼 환하게 웃으며 연탄을 날랐다. 여기저기서 즐겁게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도 들렸다. 일부는 산타클로즈 복장을 하고 미리 준비해온 무릎담요와 쌀 10㎏짜리 50포대를 선물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이날 오전 5시 첫 기차로 올라온 회사원 김현수 씨(29)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새벽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봉사를 하러 왔다. 이곳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데 정작 해드린 게 많이 없어 죄송할 따름이다”라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리어카조차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골목길에는 10여 명이 줄지어 서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이어 날랐다. 이곳에서 40여 년째 살고 있는 김정순 할머니(82)는 “혼자 사는 노인네를 이렇게 찾아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다 내 손자처럼 귀한 이들인데 받기만 하고 줄 게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전부터 리어카를 손수 끌며 연탄을 배달한 류성걸 차관은 “땀으로 범벅이 된 봉사단원들과 함께 일하니 훈훈한 봉사의 열기가 느껴진다”며 “연탄 소비가 줄면서 꼭 필요한 분들께 연탄을 전달할 일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봉사활동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며칠 전 내린 눈도 채 녹지 않은 산동네를 찾은 이들의 봉사활동으로 마을 곳곳에 따뜻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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