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뉴스 매일 브리핑… 美국무부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 인터뷰

  • 동아일보

“G20은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확인 행사”

미국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가 20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 6층 차관보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대변인으로서 거짓말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미국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가 20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 6층 차관보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대변인으로서 거짓말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매일 브리핑하는 남자가 있다. 미국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59). 밤새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취합해 미국 국내정치는 물론이고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과 향후 사건의 진행방향을 분석한 뒤 점심시간이 지나 무대에 선다. 1년 365일 1초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더불어 사는 크롤리 차관보를 20일(현지 시간) 오전 국무부 6층 차관보 집무실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현재의 눈부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생각할 때 북한이 앞으론 거대한 뉴스의 정전지대(black-out)로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것 참 좋은 질문인데요…’라고 말문을 열면 답변이 곤란하다는 뜻”이라고 ‘비밀’을 털어놓은 뒤 “하지만 아무리 곤란해도 거짓말은 해서도 안 되고 해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나의 하루는 기자들이 결정한다.(웃음) 오전 5시경에 일어나 사무실에 오기 전에 2시간 정도 뉴스를 읽으면서 오늘은 어떤 날이 될지를 생각해 본다. 내 임무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미국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뉴스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이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줄기차게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을 모니터하면서 외교공관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모은다. 각국 대사에게 조언을 얻고 각국 공보관의 의견을 듣는다. 해당 사건의 맥락과 영향은 물론이고 중요도까지 다양하게 분석한다.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모든 국가가 서로 협력해서 일을 풀어나가도록 하는 게 내 일이다.”

―각국의 이해 충돌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왜 이해의 충돌이라고 보나. 오히려 이해의 합류지점(confluence)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자회담과 같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분명히 존재한다.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은 특정 시기를 뚝 잘라서 본다면 각 나라가 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라는 똑같은 전략적 이해를 갖고 있다.”

―북한의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후계 작업의 가시화와 더불어 급변사태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매우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는지에 대한 열망(aspiration)이 있고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새롭게 등장하려고 하는 북한의 리더십이 북한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취자를 갖고 있는 대변인인데….

“미국이 하는 말을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생각할 때 북한이 앞으론 거대한 뉴스의 정전지대(black-out)로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거대한 정보차단의 장벽을 더 지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휴대전화의 힘과 트위터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북한을 변화시킬 결정적인 힘이 될 것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한국에 바람이 있다면….

“이번 G20 회의는 한국이 오늘날 세계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얼마나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외부세계에 극명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가 될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중국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새로운 국제질서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매일 하는 브리핑이지만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일을 오래 하면 무대 공포증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연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을 때 나오는 자신감은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얼마나 파악했고 그에 대한 대처 방향이 얼마나 철저하게 세워져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당 이슈에 대한 정책방향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브리핑을 위해 연단에 서야 할 때 가장 어렵다. (크게 웃으며) 내가 ‘그것 참 좋은 질문인데요…’라고 말하며 말문을 열면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뜻이다.”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나.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신뢰의 문제다. 내가 누구 한 사람이라도 속이려고 한다면 더는 대변인 자리에 설 수 없을 것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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