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20개월 김민수 감독…“올림픽 첫 메달 꼭 따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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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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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태권도 대표팀은 날 ‘말’이라 불러”

추석을 앞둔 21일 경남 양산시 영산대 실내체육관에서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온 오스트리아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김민수 감독(오른쪽)이 직접 지도하고 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추석을 앞둔 21일 경남 양산시 영산대 실내체육관에서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온 오스트리아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김민수 감독(오른쪽)이 직접 지도하고 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민수 씨(27)는 경남 양산시 영산대 태권도학과를 휴학 중이던 지난해 1월 오스트리아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이 됐다.

▶본보 2009년 1월 6일자 A27면 참조 오스트리아 태권도 감독 된 대학생

대학생이 대표팀 감독이 된 건 세계 태권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그는 한국에선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도복을 입었지만 고교 시절 전국대회 메달을 한 번도 못 땄다. 고교 졸업 뒤 2년간 막노동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 대학에 가야겠다”며 훈련에 몰두해 2003년 영산대에 입학했다. 2007년 독일 국제태권도대회에서 나래차기와 빠른 스피드에 감탄한 오스트리아 태권도협회 측 요청으로 그는 2012년까지 오스트리아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13명(남 7명, 여 6명)으로 꾸려진 오스트리아 대표팀은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하나를 딴 것이 최고 성적이다. 인구 820만 명 가운데 태권도 인구는 7000여 명. 대표팀 실력도 국내 중학교 선수 수준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온 뒤 오스트리아 대표팀은 달라졌다. “기초 훈련이 엉터리였어요. 운동시간도 절대 부족하고 하체도 부실했어요. 산악 구보, 달리기, 등산, 웨이트트레이닝까지 닥치는 대로 시켰습니다. 선수들이 저보고 ‘말’이라고 부르데요. 저는 너희들을 말 같은 강철 체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죠.” 김 감독도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부임 직후 석 달간 매일 4시간씩 인스브루크대 어학과정과 개인 교습으로 독일어를 연마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올 6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라이트급 마크 마누엘 선수(24)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달 코리아오픈 태권도대회에서도 리사 바인셀 선수(21)가 여자 페더급 동메달을 땄다. 오스트리아 국영TV는 “한국에서 젊은 감독이 온 뒤 국가대표팀이 변하고 있다. 새로운 훈련과 전술이 먹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스트리아 태권도협회도 김 감독 실력을 인정해 계약 연장을 검토 중이다. 그는 지난해 감독 수락 직후 본보 인터뷰에서도 “반드시 유럽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김 감독과 대표팀 선수 4명은 지난달 1일부터 한국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바인셀 선수는 “한국 선수 수준이 높고 투지도 강해 올림픽 출전 목표에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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