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의술 배워 ‘제2 이태석’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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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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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수단서 7년 인술’ 故이태석 신부와 인연 마옌-타반 씨

고 이태석 신부(왼쪽)가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가톨릭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온 수단출신 존 마옌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토마스 타반 씨(오른쪽)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존 마옌 씨
고 이태석 신부(왼쪽)가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가톨릭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온 수단출신 존 마옌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토마스 타반 씨(오른쪽)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존 마옌 씨
사진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조용히 흔들렸다. 까만 손에 들린 사진 속에는 고 이태석 신부가 활짝 웃고 있었다.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난 아프리카 수단 출신 존 마옌 씨(23)는 이 신부를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 천사’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신부님은 한국에서 좋은 집과 음식 등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를 마다하고 아프리카로 건너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삶을 자처했어요. 그는 나에게 아버지이자 친구 같은 분입니다.” 마옌 씨는 이 신부를 ‘인생의 모델’로 삼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수단에서 이 신부를 도와 간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이 신부를 12세 때인 1999년 수단에서 처음 만났다. 2001년 다시 수단으로 온 이 신부는 수많은 아이 속에 섞여 있던 마옌 씨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신기한 마술을 보여주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 이 신부를 마옌 씨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2005년 이 신부가 수단에서 결성한 ‘돈 보스코’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면서 이 신부로부터 음악과 인생, 그리고 사랑을 배웠다고 했다.

마옌 씨와 토마스 타반 씨(24)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왔다. 도착하자마자 만난 이 신부는 부쩍 야위어 있었지만 웃음은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이 신부의 선종 소식을 접한 이들은 올해 1월 장례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렸다.

▶본보 1월 18일자 A27면 참조
수단서 7년간 인술… ‘한국판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 48세로 선종


이들은 의료인이면서 종교인으로 아프리카로 건너간 이 신부처럼 의사가 되기 위해 서울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 신부의 모교인 부산 인제대 의대는 수단에서 의대 수업을 수강한 이들의 한국어 성적만 우수하면 수단어린이장학회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입학을 허가할 방침이다.

수단 남부에 있는 톤즈 마을에 병원과 학교를 짓고 사랑을 몸소 실천한 이 신부의 삶은 두 청년의 인생 모델만 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삶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 마, 톤즈’가 입소문을 타고 조용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300만 명의 관객이 몰려 대박을 터뜨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못지않게 관객을 감동시키고 있다. 9일 개봉한 이 영화는 6일 만에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추석 대목인 시점에 상업영화 틈바구니에 끼어 이만한 흥행 성적을 올린 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평가다. 마옌 씨와 타반 씨도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김명숙 씨(40·여·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14일 ‘울지 마, 톤즈’를 보기 위해 이웃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을 찾았다. 김 씨는 “이 영화를 본 친구가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한 시간 동안 영화 얘기를 전화로 들려주자 아들이 펑펑 울었다’고 할 정도로 감동적인 영화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한 부부는 연방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김명식 씨(63)는 “요즘처럼 삭막한 사회에서 남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감동적인 이야기였다”며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 영화”라고 소감을 전했다. 배급사인 마운틴픽처스에 따르면 ‘울지 마, 톤즈’는 당초 상영관이 7개에 불과했지만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23개관으로 늘었고 추석 이후 40여 개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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