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g장비 입고 쓰고… ‘헉 헉’ 소리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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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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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최강 소방관’ 가리기 경기 막올라

호스 끌기 등 4단계… 화재 진압 체력-정신력 요구
비영어권 국가론 한국서 처음… 51국 6000명 참가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 우방랜드 야외주차장에서 열린 ‘최강 소방관’ 경기에서 참가선수가 2단계 ‘장애물 코스’에서 마네킹(80kg)을 옮긴 후 장애물을 넘어 결승점을 통과하고(왼쪽 사진), 3단계 ‘타워’에서 ‘장비 운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 우방랜드 야외주차장에서 열린 ‘최강 소방관’ 경기에서 참가선수가 2단계 ‘장애물 코스’에서 마네킹(80kg)을 옮긴 후 장애물을 넘어 결승점을 통과하고(왼쪽 사진), 3단계 ‘타워’에서 ‘장비 운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구=장영훈 기자
헬멧, 방화복, 공기호흡장비 등 총 20kg에 이르는 장비를 착용한 ‘선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최강 소방관’ 경기의 단계별 코스를 마친 출전 선수들은 매번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은 고통과 한계를 즐기는 표정이었다.

23일 대구 달서구 두류동 우방랜드 야외주차장. 세계 최강 소방관을 꿈꾸는 국내외 참가자와 가족 등 수백 명이 올림픽의 마라톤 종목과 비견되는 세계최강소방관 경기대회에 몰려들었다. 세계 최강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호스 끌기’ ‘장애물 코스’ ‘타워’ ‘계단 오르기’ 등 4단계를 10분 안에 완수해야 한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각 단계는 화재진압 때 필요한 체력, 정신력을 요구했다. 호스 끌기는 개당 무게 12kg, 길이 15m인 소방호스를 정해진 장소까지 끌어오는 것이다. 선수들은 양 어깨에 멘 호스를 이용해 상반신을 최대한 숙여 이동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하는 것이 기록을 단축하는 포인트. ‘장애물 코스’에서는 부상자(80kg의 마네킹)를 구출하는 장면을 선보였다. 갇힌 인명을 구조할 때 필요한 힘도 시험했다. 7kg짜리 해머를 50회 때리는 단계가 바로 그것. 단계마다 옮기는 25kg의 물통은 기름 화재진압 때 필요한 장비와 같은 무게다. 아파트 30층 높이(100m)를 뛰어올라가야 하는 마지막 4단계는 소방관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기다.

첫날 참가선수는 미첼 그루니(33·체코), 마커스 요한 씨(29·스웨덴) 등 56명. 이들은 1∼3단계를 각각 1∼3분에 마쳤고 4단계는 5∼6분이나 걸렸다. 4단계를 합친 기록이 8분대가 나와야 메달권인데 이날은 기록이 다소 처졌다. 그루니 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체력 안배에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올해는 우리나라 메달 획득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08년 공동 우승자인 다니엘 홀그렌 씨(37·스웨덴)와 허버트 크렌 씨(40·오스트리아)의 2연패 달성 여부도 관심사다. 이들은 25일 출전한다. 역대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4, 5회 대회의 우승자 데이비드 로널드 씨(호주)뿐이다. 우승자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우승트로피를 차기 대회에 남길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한편 세계최강소방관 경기를 포함한 대구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브라질 캐나다 등 51개국 전현직 소방관과 가족 6000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 비영어권 국가로는 한국이 처음 개최했으며 29일까지 총 75개 종목에서 경연이 펼쳐진다. 소방관 올림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종목도 이채롭다. 25일 시작하는 ‘오리엔티어링’ 경기는 선수가 지도와 나침반을 갖고 정해진 통과 지점을 규정에 따라 지나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한다. 28일 진행되는 ‘수중 인명구조’는 물에 가라앉은 무게 20kg의 마네킹을 구하는 경기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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