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끔찍한 나라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니,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곳(대한민국)이 그곳과 또 그렇게 가깝다니요.”
200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 씨(57·사진)는 첫 방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16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국제비교문학대회에 참석한 뮐러 씨는 강연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15일 도착해 호텔 창문으로 광복절 기념식을 지켜보면서 독재국가 북한에 대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순간에 대해 생각해 봤다”면서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괴물 같은 나라이며 역사에서도 미끄러진 국가”라고 말했다. 루마니아 출신인 뮐러 씨는 차우셰스쿠 독재정권하에서 저항적인 작품을 써서 비밀경찰의 감시와 압박에 시달리다 1987년 독일로 망명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당시 스웨덴 한림원이 ‘응축된 서정과 산문의 진솔함’을 선정 이유로 밝혔을 만큼 그는 독재정권하의 비참한 삶을 시적인 문장으로 묘사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날 뮐러 씨는 “‘고발하는 내용’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텍스트에 기술한다면 그것은 정치적인 연설문”이라면서 “독자가 작품을 읽고 분노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고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도 “무언가를 규명하려고 한 게 아니라 나 자신과의 의사소통이자 대화 행위가 나의 문학”이라면서 “문학은 무언가를 바꾸는 크고 위대한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뒤의 변화에 대해 묻자 “변한 것도 없고 변하고 싶지도 않다”면서 “좋은 것은 사람들이 독재에 대해 얘기하고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발사, 머리카락, 그리고 왕’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뮐러 씨는 비밀경찰뿐 아니라 친구와 미용사마저 자신을 감시하던 독재정권 시절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독재가 존재하는 동안 나는 죽음의 공포에서 살았기 때문에 오래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면서 “이제 내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상당한 사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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