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2층 체육관. 단상에 오른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44)가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서 넘겨받은 평화통일대행진 깃발을 좌우로 흔들자 이 행사에 참가한 국내외 청소년 625명이 “와” 하는 환호성으로 답했다.
올해 4월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완등에 성공한 오 씨는 통일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의 전 과정을 이끄는 단장을 맡았다. 이날 발대식에서 오 단장은 젊은 동반자들에게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여성 최초 14좌 등반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두세 번째는 되리라 생각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에 마지막 안나푸르나가 눈앞에 와 있었습니다. 한반도 통일도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오 단장은 발대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프로 산악인들이 추위를 이기고 험난한 크레바스를 넘어야 정상에 설 수 있는 것처럼 이번 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도 더위를 이기고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난관을 헤치고 성취감을 이루는 경험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통일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면서 “조만간 한반도 백두대간을 종주할 생각이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북한 땅을 밟고 백두산에 오르는 길의 선봉에도 서고 싶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발대식 환영사에서 “최근 천안함 사건은 우리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보여줬고 평화의 소중함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며 “그러나 우리에게는 꿈이 있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남과 북의 공존과 공영, 그리고 통일이다”라고 말했다.
이홍구 6·25전쟁6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도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역사를 되풀이하게 된다”며 “여기 625명은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하고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좌 완등’ 오은선 단장 “좌절 않고 도전하면 이뤄져” 동부-서부 나눠 행진… 해외참전용사 자손 50명 눈길
이날 발대식에는 힐턴 데니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등 국내외 인사들이 참여해 대행진의 첫 발걸음을 지켜봤다.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의 자손으로 구성된 50여 명의 해외 청소년 참가자들도 따뜻한 환영의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평화통일대행진 일정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본 뒤 선서를 통해 행진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이어 특전사 군악대의 축하연주와 가배놀이 공연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6·25전쟁 사진전시회를 관람한 뒤 동부팀과 서부팀으로 나눠 출발했다.
국내외 고교생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동부팀은 강원 고성, 양구, 화천, 철원, 경기 연천 동두천 등을 행진하면서 최전방 관측초소인 가칠봉, 비목공원, 평화의 댐 등을 답사할 예정이다. 국내 중학생들로 이뤄진 서부팀은 경기 강화, 김포 일대를 거치며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탑승, 마니산 트레킹 및 해안철책선 자전거 체험, 경기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 자유의 마을 방문 등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두 팀은 30일 파주시 임진각에서 합류해 화합의 밤 행사를 연 뒤 31일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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