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 문구 생생 “명성황후 시해 칼 찾아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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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시해 때 사용된 칼을 국내로 송환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5일 종교계 등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는 26일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사용된 칼로 알려진 ‘히젠도(肥前刀·사진)’를 찾아오자는 ‘히젠도 환수위원회’가 출범한다.

히젠도는 1895년 을미사변 당시 왕비의 침전인 경복궁 곤녕합(坤寧閤)까지 난입해 명성황후를 살해한 3명의 일본 낭인 중 한 명인 도 가쓰아키(藤勝顯)가 사용한 칼이다. 현재 일본 후쿠오카(福岡) 구시다(櫛田) 신사에 보관되어 있는 이 칼의 나무 칼집에는 도가 직접 새겨 넣은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라는 문구가 그대로 있다. 을미사변의 당시 일본 측 작전명은 ‘여우 사냥’이었다.

이 칼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조선왕실의궤 환수위 간사로 문화재 환수 운동을 하던 혜문 스님이 2006년 8월 이 칼의 존재와 봉납기록 등을 확인했다. 환수위원장에는 최봉태 변호사와 혜문 스님이, 기획위원에는 이종우 문화재제자리찾기 실행위원과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보향 불교여성개발원 이사가 맡았다.

환수위 측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이유 중 첫 번째가 ‘남의 나라 황후를 살해한 죄’였다”며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을 맞아 이와 같은 활동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수위는 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중앙신도회 전법회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구시다 신사에 환수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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