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말없이 읽고 쓰고… 나의 유일한 희망… 난 영원히 신인 작가일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이상문학상 소설가 박민규 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카스테라’ 등 한국 소설의 기존 문법을 해체하는 서사와 입담으로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해온 소설가 박민규 씨(41·사진). 그가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7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단편 ‘아침의 문’.

강원 춘천시 작업실에서 독서와 글쓰기에 묻힌 채 언론 인터뷰를 기피해온 박 씨는 수상 소식에 맞춰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7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음식점에서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인터뷰에 응한 그는 “누구나 존경할 수밖에 없는 작가인 이상은 저희 세대에게 로망의 대상이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수상작 ‘아침의 문’은 웹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동반자살을 기도했던 남자가 옥상에서 낳은 아기를 죽이고 도망가려는 미혼모와 만나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박 씨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어린 생명은 물론이고 소설 속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은 답이 전혀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사람들, 살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심사위원(김윤식 권영민 윤후명 신경숙 권지예 씨)들은 “소설적 소재의 과격성과 극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빚어낸 서사적 미학과 파격적 소설기법을 높게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 씨는 매일 방 안에서 읽고 쓰는 것 외에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읽고 쓰는 일은 제가 바라는 유일한 것이고 가장 편한 것도 그것뿐입니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면, 그저 말없이 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신인작가일 뿐이며, 앞으로도 계속 신인으로 살 것입니다.”

그는 올해 소설집을 묶어낸 뒤 매스게임과 포르노그래피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할 계획이다. 상금은 3500만 원이며, 시상식은 11월에 열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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