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전 광주학생운동 무죄 탄원서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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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日 경찰, 고문 통해 공산주의자로 조작”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항변했으나 일본 경찰이 악랄한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했습니다.”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가했다가 일제에 체포됐던 조선인 학생들이 법원에 보낸 탄원서가 80년 만에 발견됐다.

김재기 전남대 학생독립운동연구단장(정치학과 교수)은 1일 “조선총독부 고등법원 검사국이 1931년에 만든 ‘사상월보’라는 책에 광주학생독립운동 참가 학생들의 탄원서가 실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책은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 검찰과 경찰의 조서나 학생운동 관련 법원 판결문은 있었지만 학생들이 직접 쓴 기록물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단장은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리는 학생독립운동 8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다.

이 탄원서는 1930, 31년 당시 강달모 광주사범학교 3학년, 이동선 전남 담양군 봉안보통학교 교사(광주사범 졸업생), 임주홍 니혼대 1학년(광주고등보통학교 졸업생) 등 3명이 대구복심법원(현 고등법원)에 제출한 것.

강 씨 등은 탄원서에서 “일본 경찰이 가장 비인간적인 고문을 했고 억울하게 사건이 조작돼 무죄”라며 “중학 2, 3학년 정도의 사람이 사회주의 비밀결사를 조직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고 항변했다. 이들은 일제에 의해 1년 동안 옥고를 치렀으며, 강달모 이동선 씨는 광복 이후 정부에서 애족장(훈장)을 받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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