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머리로만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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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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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론 감독 여자주인공 두 영화 2주 간격 개봉

최근 잇따라 개봉한 데뷔작 ‘라라 선샤인’과 두 번째 작품 ‘헬로우 마이 러브’의 김아론 감독. 그는 “여성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최근 잇따라 개봉한 데뷔작 ‘라라 선샤인’과 두 번째 작품 ‘헬로우 마이 러브’의 김아론 감독. 그는 “여성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성폭행범 살해 사건에 매달리는 시나리오 작가 수진(‘라라 선샤인’), 10년 사귄 남자친구를 ‘예쁘장한’ 남자에게 뺏긴 호정(‘헬로우 마이 러브’)…. 최근 2주 간격으로 개봉한 두 영화는 각각 김아론 감독(33·사진)의 데뷔작과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심리를 들여다본다는 두 영화의 공통점 때문에 여성 감독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1976년생 남자. 아론은 그의 본명이자 성서에 나오는 모세의 형 이름이다.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는 감독이 들여다보고 싶은 창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들여다보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거든요.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성의 생각을 읽었던 것처럼, 저도 미묘한 여성 심리를 꿰뚫어 보고 싶어요.” 평소 선글라스 끼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어떤 유형일지 분석하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2007년 동국대 영상대학원을 졸업한 김 감독은 충남 아산 순천향대 법대를 졸업한 뒤 영화 ‘이중간첩’ ‘청연’의 연출부를 거쳐 한때 잡지 카탈로그의 모델로 활동했다. 학부 2학년 때 정당방위를 주제로 모의 법정에 참여한 경험이 ‘라라 선샤인’의 출발이 됐다. 자살(단편 ‘온실’) 동성애(‘헬로우 마이 러브’) 등 쉽지 않은 주제를 다뤄 왔지만 성폭행 피해 여성의 심리를 그린 ‘라라 선샤인’만큼은 특히나 어려웠다고 했다.

“주인공은 여성이지만 성별을 떠나 보편적인 감성으로 이해하려 했어요. 그런데 성폭행 피해 여성은 또 얘기가 달랐어요. 여성 인권단체를 통해 자료를 조사했지만, 과연 이들의 상처에 내가 얼마만큼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됐어요. 여자를 이해하는 건 머리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거죠.”

졸업 작품이자 데뷔작인 ‘라라 선샤인’이 복수에 관한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는 반면 ‘헬로우 마이 러브’는 아기자기하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다. 그는 요즘 두 작품과 전혀 다른 스릴러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주인공이 무언가에 쫓기는데 거기에는 대통령의 음모가 숨어 있다는 줄거리다. “촬영 편집보다 어려운 게 시나리오”라는 그에게 더 큰 고민은 따로 있었다.

“다들 남자 주인공을 얘기하네요. 하지만 아무리 소재와 주제가 좋아도 첫 관객인 감독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없죠.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도 또 한번, 여자가 주인공이 될 것 같아요.(웃음)”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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