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만 받다 도움을 주니 행복이 보여요”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주사랑장애인공동체교회’에서 탈북자들이 지체장애아동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 최모 씨가 지체아동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 관악경찰서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주사랑장애인공동체교회’에서 탈북자들이 지체장애아동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 최모 씨가 지체아동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 관악경찰서
탈북자 9명 서울 관악구 장애인시설 봉사활동

“평상시에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오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인 것 같아요.”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주사랑장애인공동체교회’에서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아홉 살 나단이를 안아 주던 탈북자 최모 씨(22·여)는 이렇게 말했다. 함경북도 청진시가 고향인 최 씨는 10년 전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에서 살다가 지난해 4월 한국에 들어와 현재 한 보습학원에서 중국어, 한자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도움을 받다 보면 잘사는 사람들만 보게 되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만나서 그들을 돕다 보면 자신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어머니와 함께 탈북한 고교 1학년 이모 양(16)도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상희(13)와 말동무를 하며 놀아줬다. 뇌병변 1급을 앓고 있는 상희는 7년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양이 “블록을 자주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더라”고 말하자 상희는 “진짜?”라고 반색하며 활짝 웃었다. 이 양이 먼저 블록을 결합해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들어주자 상희는 이를 따라하기 위해 블록을 양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최 씨와 이 양을 포함해 관악구 인근에 거주하는 탈북자 9명과 관악경찰서 직원 10명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 행사는 탈북자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해 사회 적응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봉사활동에 지원한 탈북자들과 경찰은 돈을 모아 기저귀, 속옷 20벌 등 지원물품을 선물로 마련했다.

이들은 3시간 동안 2230m²의 공간을 청소하고 아이들 목욕을 시켜줬다. 또 아이들에게 말동무가 돼주고 함께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주사랑장애인공동체교회’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지체장애아동 12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종락 목사(55)는 “장애아동들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일이 생길 정도로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며 “북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힘든 과정을 거친 탈북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봉사에 참여해 더 뜻깊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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